4월초 평양 공연에 아이돌그룹으로 참가하는 레드벨벳. <한겨레> 자료사진
가수 조용필, 이선희, 윤도현, 서현, 아이돌그룹 레드벨벳 등이 포함된 예술단이 4월 초에 평양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남북은 20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예술단 평양 공연 관련 실무접촉을 열고 이런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평양에서 남한 예술인이 무대에 서는 것은 2005년 조용필 단독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다.
160여명으로 구성된 남쪽 예술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와 아이돌그룹 레드벨벳 등이 포함됐다. 윤도현씨와 조용필씨는 자신들의 밴드와 함께 간다. 남한 예술단 음악감독인 작곡가 겸 가수 윤상씨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북에 계신 동포 여러분들에게 한국에서 보여드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런 똑같은 감동과 어색하지 않음을 전해드리는 게 첫번째 숙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채택된 보도문에 따르면, 예술단은 이달 31일부터 4월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각 1회 공연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두차례 공연 날짜는 4월1일과 2일(또는 3일)로 추가 협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양 공연은 대중음악 중심으로 구성된다. 첫번째 공연은 남쪽 예술단만으로 이뤄지며, 두번째 공연은 남북 합동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연을 확정한 조용필, 윤도현, 이선희, 최진희씨는 이미 평양 공연 경험이 있는 가수들로, 북한 내 인지도와 정서를 반영한 섭외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서울 공연에서 북한 가수들이 이선희씨의 대표곡 ‘제이(J)에게’를 열창해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선희씨도 출연을 확정한 만큼 평양에서 답가로 ‘제이에게’를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 깜짝 등장해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른 서현씨 역시 또 한번 북한 가수들과 노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북한 공연 전문가는 “정부가 합동 공연 시 남북 가수들이 함께 부르기에 적절한 북한 노래에 대한 조언을 구해왔다”며 “국내 출시된 북한 노래 음반에 있는 ‘반갑습니다’ ‘우리는 하나’ ‘휘파람’ 등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공연 프로그램 선곡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를 더 하기로 했다. 윤상씨는 “그들(북쪽)이 원하는 곡과 우리가 원하는 곡의 조율이 쉽지는 않았다”며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북쪽에서) 잘 모르는 노래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남은 일정 동안 충분히 서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양에서의 두번째 공연이 남북 합동 공연으로 추진되는 만큼 북한이 어떤 예술단을 내세울지도 기대를 모은다. 김지은 북한음악 연구가는 “과거 남북 공연에서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모란봉악단이 등장한다면 획기적이겠지만 아마도 청봉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번 실무접촉을 통해 예술단 공연과 관련한 무대 조건과 필요한 설비 등 실무적 문제들은 쌍방이 협의하여 원만히 해결해 나가도록 했다. 이를 위해 남쪽 사전점검단이 22~24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은 남한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며, 남은 실무적 사안들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방북 경로과 관련해서 통일부 당국자는 “우선적으로는 서해직항로를, 즉 항공을 이용해 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절차들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점검단은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김미영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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