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중 사업으론 성공 한계
배우 라인업·제작역량 흡수해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 탈바꿈
“콘텐츠 시장 독점할라” 우려도
배우 라인업·제작역량 흡수해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 탈바꿈
“콘텐츠 시장 독점할라” 우려도
엔터테인먼트업계 선두 주자인 에스엠(SM)이 국내 최대 배우 매니지먼트회사인 키이스트와 프로그램 제작사인 에프엔씨(FNC)애드컬쳐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확장에 뛰어들었다. 거대 엔터테인먼트회사의 탄생은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드라마·예능·대중음악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공룡기업의 출현은 대중문화 생태계의 폐쇄성과 독점성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키이스트는 2006년 배용준이 설립한 배우 매니지먼트사이자 콘텐츠 제작사다. 손현주, 김수현, 엄정화, 정려원 등이 소속돼 있으며, 일본 최대 한류 방송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인 디지털어드벤쳐를 보유하고 있다. 에프엔씨애드컬쳐는 <언니는 살아있다> 등을 만든 드라마·예능 제작사다. 유재석, 가수 설현, 배우 이동건 등이 소속된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였다. 에스엠은 에프엔씨애드컬쳐를 인수하면서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각종 사업을 같이 하기로 뜻을 모았다. 강력한 스타 및 엠시 파워를 바탕으로 방송은 물론 온라인, 모바일 및 해외 시장까지도 공략하는 발판을 만든 셈이다.
김선영 방송평론가는 “키이스트 동의어는 배용준이고, 배용준은 드라마 한류를 이끈 아이콘이다. 드라마 한류 1기가 시들해질 무렵 소녀시대 등 아이돌이 이끄는 케이팝으로 한류 2기가 시작됐다. 에스엠은 그 케이팝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두 한류 주역들이 만나 ‘빅 픽처’를 그린다는 점에서 한류의 방향이 새롭게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엠의 이번 인수는 약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이 많다. 에스엠은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등의 소속사이자 <아는 형님> <효리네 민박> 등을 제작하는 자회사 에스엠컬처앤콘텐츠(SM C&C)를 갖췄지만, ‘완전한 콘텐츠 공장’이 되기엔 배우 매니지먼트와 드라마 제작 두 분야가 부족했다.
우선 단기적 효과는 드라마 제작 편수 증가다. 에스엠 그룹 드라마 제작 계열사(SM C&C, 에프엔씨애드컬쳐, 키이스트)의 지난해 방송 드라마 제작 실적(합산)은 5편인데, 올해는 6~7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편수 기준으로는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25편)과 제이콘텐트리(13편)의 뒤를 잇는 3위 사업자가 된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를 위한 사업다각화를 다채롭게 펼치고 있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도 가수 사업부문 외에 콘텐츠 제작사인 와이지스튜디오플렉스, 요식업 같은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하는 와이지플러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예능과 드라마 피디 등을 꾸준히 영입해왔으며, 지난해엔 네이버로부터 1천억원을 투자받아 다양한 플랫폼을 확보했다.
엔터테인먼트회사의 몸집 불리기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특정 회사의 입김이 세지면서 대중문화의 다양성이 후퇴할 우려도 제기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콘텐츠 제작사가 막강한 힘이 생기면, 한 회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방송 편성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들 입장에선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작은 회사들의 참신한 발상과 실험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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