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귀향’이었다. 고국을 떠난 지 49년 만에 돌아오게 된 작곡가 윤이상의 유해가 고향 통영 땅에 안장되는 3월30일에 ‘2018 통영국제음악제’가 개막한다.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2년부터 열고 있는 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이 상황에 딱 맞춘 듯 ‘귀향’이다.
27일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음악제 간담회에서 플로리안 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윤이상이 타계한 지 23년 만에 그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며 “통영국제음악당 옆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서 마지막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윤이상의 귀향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이상의 유해가 안치될 통영 음악당 터.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윤이상의 유해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가토 명예묘지를 개장하면서 고국으로 이송됐다. 유해는 25일 통영에 도착해 통영추모공원에 임시 안치됐으며, 음악제 개막일에 맞춰 통영국제음악당 내 동쪽 바닷가 언덕에 안장될 예정이다. 독일에서 윤이상의 유해를 들고 돌아온 림 대표는 “지난 개장식은 윤이상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고향 통영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며 “묘지를 개장하는 게 기괴한 일이지만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영원한 안식에 들게 된 윤이상의 귀향을 환영하는 올해 음악제는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그에게 초점을 맞췄다. 독일의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함께하는 개막공연에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가 연주된다. 1981년에 만들어진 이 곡은 5·18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만든 음악이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이 27일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간담회를 열어 올해 통영음악제를 소개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악보로 출품된 적 없는 연주곡도 세계 초연된다. 윤이상이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부산고 음악 교사 시절에 작곡한 ‘낙동강의 시’다. 6악장으로 이뤄진 관현악 모음곡이며, 한스크리스티안 오일러가 지휘하는 하노버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4월8일 폐막 공연은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나서 윤이상의 ‘바라’를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와 협연해 번스타인의 ‘세레나데’를 들려주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끝으로 10일간의 음악축제를 마무리한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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