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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평창 폐막식, 좀 더 현대적인 한국의 멋 느끼게 될 것”

등록 2018-02-21 17:42수정 2018-02-21 20:39

평창겨울올림픽 의상감독 금기숙 교수
“호평받은 피켓·시상 요원 등 의상
전통미 속에서도 방한·실용성 초점
앞으로 21세기형 디자인 기대하시라”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피켓 요원과 함께 크로아티아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피켓 요원과 함께 크로아티아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경험이 많은 외국 기술고문들이 피켓 요원이 인기를 끌면 올림픽은 성공한다고 하더라. 그 말이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개회식 이후 많은 분이 의상이 예쁘다고 칭찬해줘 기분 좋았다. 그런데 이제 폐막식이 닥쳐오니 또 두려워지네. 하하하.”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호방했다. 평창겨울올림픽 개폐막식 의상감독을 맡은 금기숙 홍익대 섬유 미술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평창에서 폐막식 행사 의상 점검에 정신없이 바쁘다.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금 교수는 “폐막식 주제가 미래를 얘기하는 ‘넥스트 웨이브’”라면서 “영상이나 음악, 의상에서도 좀 더 현대적인 한국의 멋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 교수는 지난 개막식에서 ‘평화의 땅’ 공연의 웅녀, 8명의 태극기 운반수, 시상식 요원, 선수단 입장 시 국가명이 적힌 피켓을 든 요원 등의 의상을 맡았다. 올림픽조직위의 의뢰로 3년 전부터 준비에 나섰던 그는 “우리의 전통 옷인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도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21세기형 의상을 연출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을 주 색채로 금 교수는 한국적인 우아함과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을 선보였다. 역대 올림픽 스타들이 태극기를 운반하며 입은 옷은 전통 겨울 한복으로 두툼하게 솜을 누빈 도포와 두루마기, 전통모자인 풍차를 썼다. 모자와 도포 끈인 세조대의 색깔은 오륜기 색으로 맞춰 포인트를 줬다. 시상식 요원들은 태극기 색상인 빨강과 감색을 코트에 사용하고, 풍차에 장식을 달아 포인트를 줬다. “겨울 나라 공주” “동화 속 요정” “패션위크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작품”이라는 칭찬이 쏟아진 피켓 요원 의상은 반짝이는 구슬을 끼운 와이어를 덧입혔다. 금 교수는 “흰색 와이어에 눈꽃과 얼음 느낌이 나는 구슬과 비닐 등을 일일이 껴 넣는 수작업을 했다”면서 “와이어는 20년 전부터 의상디자인을 할 때 써오던 방식인데 이런 날이 오려고 그동안 해왔나 싶다”며 웃었다.

금기숙 홍익대 섬유 미술 패션디자인과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금기숙 홍익대 섬유 미술 패션디자인과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추운 날씨 탓에 방한도 신경 썼다. 의상을 입고 “춥다”는 지적이 나오면 전면 수정했다. 피켓 요원의 경우 보온성이 좋은 폴라폴리스 올인원 바디수트에 솜을 넣어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 위에는 짧은 패티코트를 덧입혀 보온도 되면서 여성스러움도 강조했다. 금 교수는 “추위 때문에 삼각 형태로 납작하게 두른 목도리 여밈이 한복의 깃과 동정처럼 보여 한복을 입은 거로 아는 분이 많더라”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피켓 요원 팬아트는 치마, 저고리를 입은 한복으로 그려져 있는 등 다양한 관심들이 재밌다”고 말했다.

문화재 애호가로 남편인 유창종 변호사와 유금와당박물관도 운영하는 금 교수는 수집하는 와당이나 도용(흙인형)같은 옛날 것들이 의상디자인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새 디자인을 보여줬을 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잖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에서 그런 요소들을 찾게 된다.”

금 교수는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호평받고 있는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남편이 88서울올림픽 때 올림픽조직위 법무실장으로 참여했었다. 그런데 내가 평창겨울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우리 부부가 참 드문 경험을 하고 있다. 30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이고, 내가 참여하는 마지막 올림픽일 수 있지 않나. 힘들고 어려워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하고 싶어진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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