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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49년만의 귀향…다음달 30일 통영음악제때 이장

등록 2018-02-18 19:41수정 2018-02-18 20:16

-윤이상 유해 ‘베를린-통영 이장’-
윤 선생 딸, 절차논의차 독일 출국
‘탄생 100돌’ 작년부터 통영시·가족 추진
‘묘소 옆 식수’ 김정숙 여사도 기여
통영 바다 보이는 음악당 터 묻힐 듯
윤이상 작곡가. <한겨레> 자료사진.
윤이상 작곡가. <한겨레> 자료사진.
어머니는 태중에 그를 안고 용꿈을 꿨다. 그러나 용은 상공을 휘돌면서도 상처 때문에 하늘을 박차고 오르지 못했다. 상처입은 용. 후일 사람들은 ‘운명의 복선’이라고 했다. 전세계는 그를 뛰어난 작곡가로 추앙했지만 정작 고국은 그를 내쳤다.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연루돼 2년간의 징역을 살다 1969년 독일로 간 이후 그는 평생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다.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귀국의 조건으로 준법서약서를 요구하자 “그저 조용히 고향 바닷가에 앉아 낚시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마저 아예 접었다. 그렇게 49년이 흘렀다.

독일 베를린에서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고향 경남 통영 바다를 잊지 못했던 작곡가 윤이상(1917~1995). 그 오랜 귀향의 꿈이 23일 첫발을 뗀다.

18일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용민 사무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 묻혀 있는 윤이상 선생의 유해를 옮겨오는 이장식이 오는 23일 현지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며 “이장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오늘 오전 윤 선생의 딸인 윤정씨가 베를린으로 출국했으며 현지에서 플로리안 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를 만나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7월5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식재된 동백나무를 보고 있다. 김정숙 여사는 고향 통영을 그리워한 윤이상을 기려 순방길에 동백나무를 통영에서 공수해왔다. 베를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7월5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식재된 동백나무를 보고 있다. 김정숙 여사는 고향 통영을 그리워한 윤이상을 기려 순방길에 동백나무를 통영에서 공수해왔다. 베를린/연합뉴스
‘귀향 프로젝트’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여름께부터 시작됐다. 독일 법에 따라 공원묘지 안치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장이 가능해졌다. 통영시가 본격적으로 베를린시에 의사를 타진하며 팔을 걷어붙였고, 올초엔 통영에 거주하고 있는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씨가 독일어로 직접 쓴 편지를 베를린시에 보냈다. “나이가 구순이 넘었는데 생전에 고향인 통영 땅에 묻히고 싶어했던 남편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7월 독일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는 윤이상 묘소 옆에 통영에서 가지고 온 동백나무를 심고 오기도 했다. 이용민 사무처장은 “통영시의 노력과 부인의 편지, 청와대의 관심이 베를린시의 이장 승인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영시와 통영국제음악재단은 3월30일 열리는 ‘2018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에 맞춰 유해 이장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베를린 현지 이장 행사는 23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날씨와 일정 등을 감안해 실제로 이장이 진행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 사무처장은 “유해는 비행기로, 비석은 무게 때문에 선박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땅이 얼어 있고 이장 일정도 한 달이나 남아 보관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유해를 들여오는 시기는 유족과 베를린시의 논의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씨는 28일 귀국할 예정인데 이때 유해가 함께올 가능성도 있다.

윤이상의 유해는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음악당 부지 내 적당한 곳에 마련할 계획이다. 소박하게 봉분을 꾸미고 싶다는 유족의 뜻을 반영해 묘지를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간소한 추모의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김정숙 여사가 심은 묘소 동백나무와 관련해 이 사무처장은 “대통령 전용기에 실어가 심을 수 있었지만 한국으로 다시 들여올 때는 동식물 반입이 까다로워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면서 “반입이 불가능할 경우 현지에 있는 윤이상하우스에 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김영동 성연철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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