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웃겨주마! 설 연휴 티브이에는 ‘웃벤저스’가 출격한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들이 유독 많다. 평창겨울올림픽과 겹쳐 다채롭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는 확실히 날려버릴 수 있겠다.
보기만 해도 잇몸 만개하는 유해진부터 만나보자. 그가 주연한 2015년 개봉 영화 <럭키>(KBS2)가 15일 오후 5시25분에 찾아온다. 잘나가던 살인청부업자가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와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상황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예측불허의 전개가 웃음을 유발한다. 유해진의 코미디는 슬랩스틱 같은 과장된 몸개그를 선보이지는 않지만, 상황에서 나오는 말투와 섬세한 표정이 핵심이다. 전직 살인청부업자로 칼을 자유자재로 다뤄온 그가 진지하게 김밥을 써는 장면 등은 표정만으로 배꼽 잡게 한다. 개봉 당시 유해진이 그동안 보여준 코믹 연기가 이 작품에서 응집해 폭발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진지한 모습으로 웃기는 연기는 안재홍도 만만찮다. 대사를 내뱉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들었다 놨던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년 개봉)이 15일 저녁 7시20분 <티브이엔>에서 방영된다. 모든 사건을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왕 예종(이선균)을 보좌하는 신입사관이다. 학식, 가문에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비상한 재주까지 겸비했는데, 의욕과 달리 어리바리한 행동을 일삼는다. 예종한테 구박받으면서 그와 찰떡 같은 파트너십을 선보이는 과정이 재미 요소다. 표정도 행동도 전혀 요동치지 않는데 상황의 재미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내공이 만만찮다.
의외로 선전했던 2017년 개봉 영화 <아빠는 딸>(티브이엔, 16일 낮 12시40분)에는 코믹 군단이 대거 출연한다. 일본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아빠와 딸이 몸이 바뀌면서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미도부터 강기영, 박혁권, 장원영 등이 곳곳에 포진해 감초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다. 악역으로 자주 나왔던 윤제문조차 여자 연기로 코믹 대열에 가세한다. 양 볼을 부풀리고 입술에 틴트를 바른 여고생으로 몸개그까지 선보이며 코믹 지존에 도전한다. 씨스타의 ‘나 혼자’ 댄스를 손끝의 디테일까지 살리며 부른다.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촬영 내내 부끄러웠지만, 재미있기도 했다”더니 체질에 맞는 듯 코믹 연기를 잘 살렸다.
‘웃벤저스’에 코믹 연기의 요정 오달수를 빼놓을 수 있나. 2015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SBS, 15일 밤 11시55분)로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를 웃겨준다. 햇병아리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가 부장 하재관(정재영)한테 탈탈 털리는 좌충우돌 직장생활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신문사를 이끄는 오 국장으로 나온다. 폼은 잡는데, 늘 무너지는 그동안 맡았던 배역들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팀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다가도 하 부장한테는 늘 당하는 친근하면서도 짠한 인물이다. 개성 강한 역을 주로 했던 정재영의 찰진 ‘욕 연기’도 의외로 웃긴다. 설 연휴를 미소 짓게 해줄 ‘웃벤저스’의 웃음 바이러스가 시청자들에게도 번지길.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