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했는데 역시나’였다. <섹션 티브이(TV) 연예통신>(문화방송)이 지난 28일 드루 배리모어와의 인터뷰에서 오글거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리포터로 나선 이재은 아나운서는 드루 배리모어한테 “한국 음식 좋아하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해 ‘이상형 월드컵’까지 진행했다. 비, 다니엘 헤니, 강다니엘, 이상민, 공유, 비 등 한국 남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번갈아 보여주며 가장 마음에 드는 한명을 고르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다니엘 헤니가 뽑혔고, 이는 어김없이 온라인 매체에서 기사화되어 ‘드루 배리모어, 다니엘 헤니가 이상형’이란 앞뒤 다 자른 보도로 이어졌다. 어렵게 만난 배우 데려다가 궁금한 게 그렇게도 없었을까. 드루 배리모어가 알지도 못하는 한국 연예인들 사진만 보고 맘에 든다며 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해외 배우들이 올 때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질문은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이른바 ‘두유 노 시리즈’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영화 <킹스맨> 배우들의 <카카오티브이>와의 인터뷰 때도 한 개그맨이 “한국 음식을 좋아하느냐”, “한국에서의 별명을 아느냐” 등의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래전 “두유 노 김치”에서 시작해 “두유 노 싸이”, “두유 노 ‘강남스타일’”로 이어졌고, 이제는 하다 하다 이상형 월드컵까지 등장했다. 다행인 건 시청자들의 의식이 높다는 것이다. “수준이 아직도 쌍팔년도야”, “외국인만 나오면 김치, 불고기, 비빔밥 먹어봤느냐, 한국 연예인 누구 아느냐, 이제 제발 좀 그만하자”는 등의 비판이 많다. 대체 누가 짠 질문이며, 제작진 중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더 놀랍다.
짧게 내보내는 연예정보 프로그램 특성상 깊이 있는 인터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뭔지, 한국 남자 연예인 중 누가 가장 멋있는지 질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최우선이어야 했을까. 자주 만나기 힘든 이들인 만큼, 짧은 시간 좀 더 알토란 같은 질문을 뽑아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올해도 영화 <블랙 팬서> 주역들 등 많은 해외 배우들의 내한이 예정돼 있다. 제발 낯뜨거운 질문만은 피해 주기를.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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