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국립극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이 24일 서울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극단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성찰과 개혁.”
이성열 국립극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이 당면 과제로 꼽은 두가지다. 그는 24일 서울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 연극은 지난 몇년간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국립극단도 블랙리스트를 촉발한 <개구리> 등으로 피해와 억압도 받고, 의도치 않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전임자들의 좋은 점은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0일 취임한 이 단장은, 국립극단이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발원지였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2013년 무대에 오른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카멜레온으로 풍자해 당시 정부로부터 내용 검열을 받고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탓이다. 이 단장은 “우리 연극은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은 동시대적인 고민과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부임 기간 동안 동시대적 연극을 담아내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극단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내부에서) 중립적인 것만 하자는 등의 의견도 있다”며 “선진적인 극장들은 좌의 의견이든 우의 의견이든 표현이 자유롭다. 방향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열 단장은 연극계에서 선후배 간 신뢰가 두텁다는 점에서 국립극단을 다시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다잡을 적임자라고 보는 평가가 많다. 1985년부터 연극 현장에 몸담은 그는 1996년 <햄버거에 대한 명상>부터 <봄날> 등 여러 작품을 연출했고, 산울림 소극장 극장장, 극단 백수광부 대표 등을 맡으며 현장에서 후배들과 호흡해왔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연극을 내놓기 위해 창작 신작 중심의 작품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창작극 <얼굴도둑> <전시의 공무원> 등을 포함해 약 18편이 준비됐다. 그는 “국립극단을 연극인 모두의 것으로, 연극을 시민들이 즐겨 먹는 문화의 빵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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