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고정 레퍼토리
서울·강릉서 공연…합동공연은 아직 논의 안돼
서울·강릉서 공연…합동공연은 아직 논의 안돼
16년만에 남한을 찾는 북한 연주단은 어떤 무대를 펼쳐보일까?
남북은 지난 15일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을 통해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이 서울과 강원도 강릉에서 공연하기로 합의했다. 예술단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2000년 8월 남북교향악단 합동공연 당시 조선국립교향악단 132명이 내려왔을 때보다 많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공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교향악단 공연 이후 처음으로 남한을 찾는 북한 예술단이 어떤 공연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삼지연 관현악단에 대한 정보는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쪽 대표단으로 참석한 정치용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삼지연 관현악단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교향악단이 아니다. 오케스트라 규모는 80명이고 노래와 춤이 더해져 140명”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삼지연 관현악단은 등장한 적이 없다. 2009년 1월 창단된 것으로 알려진 ‘삼지연 악단’이 가장 유사하지만 동일한 오케스트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의 삼지연 악단은 만수대예술단 소속 남녀 혼성 팝스 오케스트라로 알려져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삼지연 악단 조직을 재편했거나 다른 예술단 소속 단원들을 임시로 규합해서 구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남북합동음악회를 추진해온 문화기획자 이철주씨는 “기존의 삼지연 악단과는 편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타의 예술단에서 차출·보강된 예술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가의 필요에 따라 프로젝트 예술단이 급조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대 규모 예술단, 어떤 공연 펼치나
북한 예술단은 민요와 세계명곡 등으로 구성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남쪽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북한이 통일 분위기에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명곡 등으로 공연을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면서 “우리도 순수 예술적인 민요나 가곡, 고전음악 등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과거에 남한에서 공연한 곡들을 살펴보면 연주할 곡목에 대한 추측도 가능하다. 1990년 서울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극장 등에서 진행된 ‘송년 통일전통음악회’에서 북한 예술단원들은 ‘산천가’ ‘영천아리랑’ 등을 연주했다. 남북 예술단이 손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90 송년 통일전통 음악회를 보고’
2000년 8월 서울 여의도 케이비에스(KBS)홀에서 열린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첫 단독공연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 4악장’ 등 클래식과 북한이 자체 작곡한 관현악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내 고향의 정든 집’ 등이 연주됐다. 합동공연에서는 남과 북을 대표하는 가수 조수미와 리영욱이 함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이중창 ‘축배의 노래’를 부르고, 케이비에스교향악단과 북쪽 단원들이 함께 ‘아리랑’을 연주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남-북 교향악단, 서울서 첫 합동공연’
평소 북한악단이 자주 연주하는 ‘백만송이 장미’ 같은 러시아 민요나 최근 삼지연 악단이 새해 경축 공연에서 <라이언킹> <미키마우스> 등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엮은 ‘세계 만화영화 묶음’을 연주할 가능성도 있다.
[영상] 2017년 새해경축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 공연
남북 합동 공연 가능할까
2000년과 2002년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함께 공연했던 케이비에스교향악단 이창형 단원(현재 콘트라베이스 수석)은 “당시 북쪽 연주자들의 연주가 기대보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악보를 다 외워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단원은 “북한 연주자들은 연습을 ‘전투’라고 표현하며, 악보를 다 외우지 못하는 것은 전투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못 외우면 사상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북한의 전력난 탓인지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당시 서울의 공연장이 너무 밝다며 조명의 밝기를 낮춰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대로 케이비에스 교향악단이 평양에서 연주할 땐 공연장이 어두워 애를 먹기도 했다. 이 단원은 “북한 단원들과 형님, 아우 하며 사이좋게 지냈었다”면서 “남북 합동 연주 등 민간차원의 남북 예술 교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남북 합동공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우성 실장은 “이번 행사는 우리 정부 초청에 따라 북한이 대한민국을 방문해 진행하는 일종의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축하공연의 성격”이라며 “오늘 회담에서 합동공연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미영 김지은 기자 instyle@hani.co.kr
북한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이 2015년 2월19일 설을 맞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공연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5일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삼지연 관현악단’을 파견키로 함에 따라 이 악단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2016년 11월17일 문화회관에서 북한 어머니날을 맞아 공연을 하고 있는 삼지연악단. 연합뉴스
분단후 처음으로 2000년 8월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과의 첫 합동음악회가 열렸다. 남북 가수로 조수미 씨와 리영욱씨가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티브이가 2017년 1월3일 방영한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의 새해맞이 공연 모습.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상에 맞춰 연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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