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이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창단 기념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음악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듣는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힘이 있어요.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의 젊은 연주자들이 음악의 힘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는 11일 창단 공연을 앞둔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은 지휘자 정명훈(65)이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롯데문화재단이 젊고 실력 있는 연주자를 길러내기 위해 정명훈과 함께 만든 오케스트라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만 18~28살 연주자 77명으로 구성됐으며, 11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갖는다.
오래전부터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보여온 정명훈은 “서울시향에 있을 때도 북한의 불쌍한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정치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면서 “언젠가는 북한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오케스트라 창단 의미에 대해서도 “통일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든 남북이 더 가깝고 평화스럽게 살아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11일 예정된 창단 공연까지 정명훈 예술감독을 비롯해 세계적 교향악단인 빈 필하모닉, 라 스칼라 등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에게 악기별로 지도를 받는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마갈리 모스니에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플루트 수석은 “한국의 젊은 연주자를 가르치게 돼 기쁘다”면서 “라디오프랑스에서 정 지휘자에게 배운 모든 것을 단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단원 대표로 참여한 김재원 악장도 “저를 포함한 단원들이 정명훈 선생님의 연주를 듣고 보며 컸는데 좋은 기회로 선생님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이 악단의 의미를 새겨 연습과 공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창단 연주회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려준다. 정명훈은 메인 프로그램으로 베토벤을 고른 이유에 대해 “베토벤은 일평생 자유를 위해 싸운 음악가”라면서 “예전에 북한에서 연주할 때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선택했는데, 3번과 9번이 베토벤의 그런 뜻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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