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드라마를 접목시킨 2부작 드라마 <조선미인열전>. 한국방송 제공
한복을 입은 남녀가 등장한다. 사극인가 싶더니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뮤지컬 드라마인가? 어째 음악이 심상찮다. 어머나 우리 소리, 국악이다. 국악과 드라마를 접목한 이른바 모던 창극 드라마가 새해 벽두 찾아와 눈길을 끈다. 6일과 7일 밤 9시20분에 방송하는 2부작 <조선미인별전>(한국방송1)이다. 뮤지컬 드라마는 있었지만, 국악을 접목한 것은 처음이다. 제작진은 3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악을 가깝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우리 소리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케이(K)소리 악동> 등 우리 소리를 대중화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온 김대현 피디가 연출한다.
특히 국악이 낯선 젊은 시청자들한테 좋은 콘텐츠가 될 듯하다. 내용도 젊은층이 좋아하는 ‘오디션’이 들어갔다. 조선시대 귀천을 막론하고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조선미인 선발대회’가 열린다. 우승자한테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과거시험보다 춤에 관심이 많았던 규헌(여원)은 여장을 하고 참가한다. 사당패 무희인 흙수저 소혜(김나니)와 금수저 외동딸 다니(배윤경) 등 참가자들이 각자의 꿈을 이루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현재를 사는 청년의 모습도 투영된다. 가진 자들의 잘못된 욕심에 붕괴해 가는 사회, 그 속에서 분노하는 청년들의 모습, 환경에 체념하기보다는 도전하는 모습 등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은층에 인기 많은 ‘오디션’소재를 국악과 접목시켜 드라마로 만든 <조선미인열전>. 한국방송 제공
2부로 짧지만 국악 드라마라는 실험인 만큼 준비 기간은 만만찮았다. 3년 동안 대본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새해 방영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만 7~8개월이다. 모던 창극이어서 대본만 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사, 작곡, 안무 담당자 등이 머리를 맞대야 했다. “대본을 고치면 내용에 맞는 곡이 나와야 하고, 안무를 짜야 한다. 수정을 하면, 곡도 안무도 다 바뀌게 된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국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완성도에 신경쓴 점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 11월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은 왕기석 명창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2014년 <운현궁 로맨스>로 ‘창작국악극’ 대상을 받은 경민선 작가가 대본을 쓰면서 작사까지 했고, 작곡은 2013년 ‘케이비에스 국악대상’ 작곡상을 받은 황호준 작곡가가 맡았다. 김나니, 김준수 등 주목받는 국악인들이 주조연으로 드라마에 처음 출연했다. 드라마를 위해 창작한 12곡 정도의 퓨전 국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퓨전 국악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드라마 형식의 다양성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 부여 성흥산성, 고창읍성, 남원 광한루 등 극중에는 아름다운 명소들도 등장한다. 2018년 우리 것의 가치를 안팎으로 알리는 좋은 신호탄이 될까. 제작진은 “한복, 궁중무, 우리 소리, 명소까지 모던창극이라는 형식 속에 우리 문화의 매력을 담은 케이컬처의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 섞인 기대를 드러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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