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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과 공감한 드라마 “그뤠잇!”…연예인 2세 띄우기 “스튜핏!”

등록 2017-12-29 17:32수정 2017-12-29 20:06

유행어로 풀어본 2017년 방송계
2017년 방송계는 소시민에 공감하고 불평등에 분노한 한 해였다. <비밀의 숲> 등 장르드라마가 많아졌고, 부패척결 <김과장>에 공감했다. 김생민의 20여년 노력이 인정받았고, 양세종·우도환 등 신인들이 인기를 얻었다.(사진 왼쪽부터) 각 방송사·기획사 제공
2017년 방송계는 소시민에 공감하고 불평등에 분노한 한 해였다. <비밀의 숲> 등 장르드라마가 많아졌고, 부패척결 <김과장>에 공감했다. 김생민의 20여년 노력이 인정받았고, 양세종·우도환 등 신인들이 인기를 얻었다.(사진 왼쪽부터) 각 방송사·기획사 제공
2017년 티브이는 ‘소시민’에 ‘공감’하고 ‘불평등’에 ‘분노’했다. <김과장>을 시작으로 <마녀의 법정> <비밀의 숲> 등 부정부패를 응징하고, <쌈, 마이웨이> 등 소소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드라마가 사랑받았다. 김생민 등 묵묵히 최선을 다해온 이들을 응원하고, 특혜받는 연예인 가족에 냉담했다. 2017년 방송계를 ‘올해의 유행어’를 열쇳말 삼아 정리했다.

■ 장르드라마 선전 “그뤠잇”
해외에 잘 팔린다며 멜로드라마만 만들어대던 방송사들이 장르드라마에 눈을 돌렸다. 장르물 전문인 <오시엔> 외에도 <비밀의 숲>을 만든 <티브이엔>, <피고인>(에스비에스)부터 <마녀의 법정>(한국방송2)까지 지상파도 뛰어들어 선전했다. 대부분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미제사건의 범인을 잡는 등 현실의 바람을 담아 속시원함을 안겼다. 장르물은 해외판매가 잘 되지 않는 등 수익이 적어 홀대받았다. 사드 영향으로 중국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멜로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소재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 덕에 장르가 다양해졌고, 12부작, 8부작 등 포맷도 다변화됐다.

사회 부조리에 통쾌한 한방을 날려 시청자 속을 뻥 뚫어준 드라마 <김과장>. 이 드라마로 남궁민 열풍이 불었다. 한국방송 제공
사회 부조리에 통쾌한 한방을 날려 시청자 속을 뻥 뚫어준 드라마 <김과장>. 이 드라마로 남궁민 열풍이 불었다. 한국방송 제공
■ 이젠 당당히 말하세요 “내 누군지 아니”
영화 <범죄도시>의 자신감 충만한 장전(장첸)의 대사를 당당히 말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성실히 노력해왔던 이들이 활짝 피었다.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20년 노력을 인정받은 김생민이 대표적이다.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에 공감하며 인기를 얻었다. 남궁민도 ‘김과장 열풍’으로 원톱 주연으로 우뚝 섰다. <김과장>에서 사회 부조리를 ‘본의 아니게’ 해결하는 ‘의인’으로 <케이비에스(KBS) 연기대상> 대상 후보에 꼽히는 등 제2의 연기 인생을 열었다. 26년 무명의 배우 최교식은 <엠비시(MBC) 연기대상> 시상자로 나서며 ‘성실히 일한 자 인정받는 한 해’의 대미를 장식했다.

■ 새 얼굴들 “내 마음속에 저장”
20대 배우 기근 현상에 단비가 내렸다. 워너원 박지훈이 <프로듀스 101>(엠넷)에서 자신을 어필했던 유행어처럼 “내 마음속에 저장”된 새 얼굴들이 많이 등장해 드라마를 풍요롭게 했다. 조연 두 편에 이어 단숨에 주연을 꿰찬 <듀얼>(오시엔) <사랑의 온도>(에스비에스) 양세종, <구해줘>(오시엔) <매드독>(한국방송2) 우도환, <고백부부>(한국방송2) 장기용이 대표적이다. 모두 쌍꺼풀 없이 긴 눈매의 서늘한 마스크와, 안정된 목소리 톤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 특혜받는 2세들 “스튜핏”
결혼 잔소리에 시달리고, 부부끼리 아웅다웅…, <미운 우리 새끼>(에스비에스) <동상이몽>(에스비에스) 등 연예인들의 일상을 드러낸 관찰예능프로그램이 사랑받았다. 관찰예능은 수년 전부터 인기이지만, 올해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르지 않은 모습’이 특히 화제몰이를 했다. 하지만 이 기류에 편승해 무임승차하는 ‘연예인 2세’한테는 시청자의 분노가 들끓었다. 최민수의 아들은 아빠가 주연한 드라마에서 아빠의 아역으로 나왔고, 김흥국의 딸은 <아이돌 학교>(엠넷)에 등장했다. 우르르 <둥지탈출>(티브이엔)로 외국에도 갔다. 2세뿐 아니라 박명수 등 연예인 아내들의 출연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17년 말미 대형 사고를 낸 <화유기> 한장면. 티브이엔 제공
2017년 말미 대형 사고를 낸 <화유기> 한장면. 티브이엔 제공
■ 사람보다 돈 “이거 실화냐”
방송 종사자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가 사고로 이어지는 등 믿기 힘든 일들이 쏟아졌다. <문화방송> 드라마 <병원선>(8~11월)은 11분 동안 공익광고를 내보내더니, 23일 시작한 <화유기>(티브이엔)는 24일 2회에서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안 된 화면이 전파를 탔다. 제작 환경은 여전히 열악했다. 한 피디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밤을 새웠고, 방송 사고로 이어졌고, 다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완성도를 높이겠다며 결방하는 일도 잦아졌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점점 늘어난다. 종합편성채널이 앞다투어 제작에 뛰어들었고, <티브이엔>은 수목극을 신설한 데 이어, 금요드라마까지 검토하고 있다. 왜? 드라마가 채널 인지도를 높이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현실. 이거 정말 실화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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