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다시 만든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티브이엔 제공
“이런 말 하는 거 아닌데 정신 드실 때 혀라도 깨물어서 나 따라와. 애들이랑 아범 고생시키지 말고. 기다릴게.” 암에 걸린 며느리가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한테 건넨 이 말 한마디에 수많은 시청자가 눈물을 훔쳤다. 아들과 헤어지며 “정수야, 엄마 얼굴도 웃음도 다 잊어도 되는데 엄마 뱃속에서 나온 건 잊으면 안 된다”던 대화는 또 어떻고. 1996년 방영한 4부작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문화방송)은 모든 신이 명장면이자, 한마디 한마디가 명대사였다.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그 드라마가 21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 <티브이엔>이 ‘리메이크 버전’을 9일부터 매주 토·일 밤 9시에 내보낸다. 원작을 쓴 노희경 작가가 직접 각색한 대본을 홍종찬 피디가 연출했다. 애초 <문화방송>에서 리메이크를 추진했는데, 파업으로 제작 논의가 잠정 중단되면서 <티브이엔>에서 방영하게 됐다. 노희경 작가는 <티브이엔>을 통해 “이 작품이 방송된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자체가 어머니인, 어머니만을 위한 드라마가 별로 없었다. 우리에게 부모는 삶의 좌표다. 그 좌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6년 방영해 눈물샘을 자극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문화방송 제공
드라마는 평생 가족 뒷바라지를 하며 살다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인희가 치매 앓는 시어머니와 남편, 두 아이와 이별하는 과정을 그린다. 리메이크 버전은 이 구성은 고스란히 따르면서 21년 전과 달라진 여성상과 부모와의 친밀도 등을 반영했다. 노희경 작가는 “21년 전과 비교해서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집중해 요즘 시대에 훨씬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원작에선 김영옥이 시어머니, 나문희가 며느리, 주현이 남편, 이민영과 이종수가 자녀로 나왔는데,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원미경과 유동근, 최지우, 최민호가 출연한다. 김영옥은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드라마의 인기를 발판으로 2010년 연극, 2011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2013년에는 극 중 대사가 고3 전국모의고사 독해 지문으로 출제되었는데, 절절한 대사에 문제를 풀다가 운 학생들이 많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케이블 드라마 피디는 “노희경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섬세한 표현은 엄마가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감성이어서 시대와 관계없이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랑과 야망> <허준> <1%의 어떤 것> 등 다시 만든 작품들이 원작보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피디는 “원작을 못 본 세대들한테는 신선한 작품이고, 본 이들한테는 향수를 자극할 수 있어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지만 달라진 시대 분위기와 시청자의 정서를 얼마나 잘 반영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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