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제작사 대표가 7억원 가량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됐던 드라마 <아들 녀석들>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금까지 미지급된 출연료(드라마 기준)는 지상파 3사만 총 11편에 31억원이다. 가장 많은 곳은 <한국방송>(KBS)으로 2009년 <공주가 돌아왔다>(단디미디어 제작)부터 2014년 <감격시대>(레이엔도), 2016년 <국수의 신>(베르디미디어)까지 8년간 7개 드라마에서 총 17억3700만원이 미지급됐다. <에스비에스>도 <더 뮤지컬>(필름북, 2011)과 <신의>(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 2012)에서 총 9억원이 미지급된 상태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케이블, 종편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방송사는 제작사와 드라마를 계약할 때 규모에 따라 5억~20억원 상당을 돌려받을 수 있는 ‘지급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하거나, 제작비 중 약 5억원 정도를 촬영이 끝나고 잔금 형태로 지급하는 등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뒀다. 제작비가 고갈되거나 출연료 미지급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방송사가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끝난 뒤 제작사가 출연료를 다 지급했다는 확인증을 주면 잔금을 돌려준다. 2016년까지 지상파 간부를 지낸 한 드라마 피디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커지면서 재무 지표가 안 좋은 제작사는 편성을 주지 않는 등 방송사마다 부실 제작사를 가려내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상파 3사의 경우 한연노에 신고된 미지급 건수는 2010년 4건에서 2016년 1건으로 점차 줄었다.
그러나 강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안전장치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적으로 잔금보다 미지급 출연료가 더 많은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3년 외주제작사 투비엔터프라이즈 대표가 7억원 상당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외국으로 도주했던 주말드라마 <아들 녀석들>(문화방송)도 잔금으로 출연료를 지급했지만 66% 정도밖에 주지못했다.
제작사의 재정능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스타 작가와 톱배우를 캐스팅한 쪽에 편성을 주는 방송사의 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된 드라마 외주제작사는 150여곳(2013년 기준)이지만 작품으로 제대로 검증받은 곳은 30여곳뿐이다. 부실 제작사들은 방송사에서 받은 제작비로 부채부터 갚는 등 엉뚱한 곳에 쓰기도 한다. 간접광고(피피엘)로 제작비가 충당이 안 되면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이어진다. 한연노 쪽은 “출연료 미지급 등으로 폐업한 제작사 대표가 다른 사람 명의로 다시 제작사를 차린 뒤 편성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소멸시키려면 좀더 강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편성 기준에 재무건전성이나 제작 경력 등이 포함돼야 한다거나, 제작사를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꿔서 부실 제작사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송사에서 출연료를 직접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한연노 쪽은 “방송사가 바뀌지 않으면 미지급 사태를 뿌리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연노 쪽은 “방송사들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지만, 서면에 도장까지 찍고도 지키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출연료를 받지 못한 한 배우는 “소송을 걸어도 민사여서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더라도 제작사가 폐업하고 안 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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