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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막극에 단비 내리다

등록 2017-12-03 15:51수정 2017-12-03 19:50

tvN 매주 토 ‘드라마 스테이지’
신인작가 10명이 쓴 작품 선보여
JTBC 웹드라마 재구성해 방영

지상파, 시장성 없다며 홀대해도
다양한 실험·인재 발굴 디딤돌
“꾸준한 제작으로 인지도 높여야”
tvN에서 2일부터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 스테이지>를 신설해 단막극 10편을 매주 토요일 밤 방영한다. 티브이엔 제공
tvN에서 2일부터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 스테이지>를 신설해 단막극 10편을 매주 토요일 밤 방영한다. 티브이엔 제공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양성애자를 등장시킨 작품은? ‘5분 드라마’ 등으로 형식 파괴를 시도한 작품은? <베스트 극장―완벽한 룸메이트>(문화방송)와 <한뼘 드라마>(문화방송)로, 모두 단막극이다. 단막극은 다양한 실험과 도전 정신으로 현재 한국 드라마 시장의 디딤돌이 됐으나 시장이 커지면서 ‘대접’받기보다는 오히려 ‘애물단지’ 취급을 당해왔다. 지상파들은 한류열풍이 불면서 해외 판매가 쉬운 스타들이 나오는 미니시리즈에 집중했고, 방송사들은 재정이 어려워지자 광고가 1~2개 정도밖에 안 붙는 단막극부터 없앴다. 현재 단막극은 <한국방송2>의 <드라마 스페셜>뿐인데 이마저도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왔고, 고정시간대도 두지 않고 있고 매년 제작 편수도 줄어들었다. <에스비에스>는 단막극을 2004년 폐지했고, <문화방송>은 2007년 고정물을 없앤 뒤 비정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상파가 홀대하는 단막극을 <티브이엔>과 <제이티비시>가 보듬어 눈길을 끈다. 제이티비시가 올해 웹드라마로 선보인 뒤 단막극으로 다시 내보내는 시도를 시작한 데 이어, 티브이엔은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 스테이지>를 신설하고 2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2시에 총 10편을 방영한다. 제이티비시 관계자는 “매년 신인 감독·작가를 발굴해 제작하고 이를 단막극 형태로 방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브이엔 관계자는 “어렵게 명맥을 이어오던 단막극 시장에 합류해, 단막극 부흥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시도는 시들어가던 단막극에 단비와 다름없다. <드라마 스테이지>에 참여하는, 과거 <태릉선수촌>(문화방송)을 만들었던 이윤정 피디는 “단막극이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데 이런 시장성은 한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꾸준함’을 강조했다.

웹드라마로 제작한 뒤 단막극으로 다시 방영한 JTBC의 <알 수도 있는 사람>, 제이티비시 제공
웹드라마로 제작한 뒤 단막극으로 다시 방영한 JTBC의 <알 수도 있는 사람>, 제이티비시 제공
<드라마 스테이지>는 ‘우리들’이란 주제로 2일 방영한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을 시작으로 <비(B)주임과 러브레터> 등을 차례로 내보낸다. <비주임과 러브레터>는 모태솔로 방가영(송지효)이 익명의 러브레터를 받고 로맨스를 꿈꾸는 내용이고, <직립보행의 역사>는 초능력을 가진 여고생 미나(강미나)의 이야기다. 자살에 실패한 남자 재호(김동완)가 유품정리업체 직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소풍 가는 날>, 직장에서 살아남으려고 탬버린 학원에 등록한 계약직 직원 오문숙(박희본)의 이야기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현대판 심청전’이라는 <우리 집은 맛나 된장 맛나>, 사형수가 죽기 전 먹는 마지막 음식을 만드는 여자의 이야기인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등이 참신한 소재로 시청자를 맞는다.

피디들은 단막극의 역할에 대해 “신인 작가와 피디, 배우를 키우는 인큐베이터이자, 기성 작가와 피디들이 시청률에 옥죄어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검증 무대”라고 입을 모은다. <씨제이이앤엠>은 올해 초 신인 작가 지원 사업인 ‘오펜’을 설립하고 20명을 선발해 작업실을 제공해왔는데, 이번에 선보이는 <드라마 스테이지> 10편은 이들이 쓴 대본 중에서 고른 것이다. <박대리…>로 데뷔한 최지훈 작가는 “현실적으로 단막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유일한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식사…> 황준혁 피디, <직립보행…> 장정도 피디, <비주임…> 윤현기 피디 등 기획피디로 활동했던 이들이 연출로 ‘입봉’하는 것도 새로운 인재 발굴 사례다.

배우들한테도 찍기 바쁜 미니시리즈와 달리 단막극은 대본이 다 나온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좀더 세밀한 변화를 줄 수 있다. <박대리…>에 출연한 배우 김예원은 “장편보다 더 모험적인 작품도 많고, 이야기를 밀도있고 압축해 전달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연기하는 재미와 자유로움이 크다”고 말했다. 단막극에 자주 참여했던 한 지상파 유명 피디는 “피디들도 단막극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한 뒤 나중에 보태고 다듬어 미니시리즈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드라마 발전에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막극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티브이엔조차 방영 시간을 밤 12시로 잡는 등 불리한 시간대와 미니시리즈에 견줘 많아야 70%인 부족한 제작비 등 열악한 환경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일 첫회로 나간 <박대리…>(닐슨코리아 집계)는 시청률 0.9%에 그쳤다. 지상파에서 단막극을 만들다가 케이블로 옮긴 한 피디는 “단막극이 시장논리로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시간대와 제작비 측면에서 방송사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티브이엔 관계자는 “토요일 밤 12시가 시청률이 나쁘지 않아 편성했다. 반응을 보고 내년에는 시간대 이동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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