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조 왕건>에 출연한 배우 이미지의 모습.
2주 동안 아무도 몰랐다. 27일 배우 이미지가 사망한 지 2주 만에 발견됐다.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가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서 신장 쇼크로 세상을 떠났지만, 25일 이웃의 신고로 소방과 경찰이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의 죽음을 알지 몰했다. 한 경찰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8일 고인이 오피스텔에 돌아온 것이 폐쇄회로(시시티브이)에 담겨있다. 25일 이웃에서 신고가 들어와 소방과 경찰이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가족한테 연락했다”며 “비뇨기 계통이 안 좋아 사망한 것으로 의사가 확인했고, 외인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57살. 세상을 떠나기엔 이른 나이라는 점과 2주간 방치됐다는 사실이 더해져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는 주조연을 넘나들며 작품마다 제 역할을 다하는 배우였다. <문화방송>(MBC) 공채 11기 탤런트로 데뷔해 <야상곡>(1981)을 시작으로 <엄마의 방>(1985), <서울의 달>(1994), <파랑새는 있다>(1997), <태조 왕건>(2000), <무인시대>(2003),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등 굵직한 작품에서 제 몫을 다해왔다. <드라마스페셜-아빠가 간다>(2012), <엄마니까 괜찮아>(2015)에 이어, 방송되진 않았지만 지난 추석 즈음 <한국방송2>의 특집극으로 촬영한 <13월의 로맨스>에서 태진아와 호흡을 맞추는 등 최근까지도 활동을 이어왔다. 그중에서 시청자들한테는 <육남매>의 구멍가게 주인 김복동(최종원)의 아내 임계순과 <서울의 달>에서 제비족 김홍식(한석규)과 결혼한 재산 많은 이혼녀 민경란 역할로 인기를 얻었다. 주로 서민적이고 친근한 인물을 많이 맡았다.
실제 성격도 이웃집 누나처럼 친근한 배우이자 사람이었다고 지인들은 기억한다. 그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등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배우 최수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친누나와도 친구여서 저를 만나면 늘 ‘수종아, 수종아’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일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다니는 등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사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3주 전에도 교회에서 만나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는 그는 “좋은 배우를 넘어 좋은 사람이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피디들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을 안타까워했다. <태조 왕건> 등 여러 작품을 함께 한 김종선 전 <한국방송> 피디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캐릭터를 잘 만들고 맡은 역할을 200% 소화할 정도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였다”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많은 연기를,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다니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상 김만덕>을 함께 작업한 강병택 <한국방송> 책임 피디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는 분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사망한 지 2주 만에 발견된 것을 두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독사 예방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우 이미지는 가족, 지인 등 그를 아끼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홀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고독사 예방 티에프를 만들어 고독사 관련 법안 발의에 대한 의견조회를 각 부처에 보내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7호실이며, 발인은 29일이다. 장지는 인천가족공원. 최수종은 “배우 이미지가 좋은 사람, 좋은 배우였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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