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더 유닛’ ‘믹스나인’ 본 한겨레 기자 평가단 “제 점수는요…”

등록 2017-11-27 05:01수정 2017-11-27 11:19

[100℃] 오디션 프로를 오디션하다

“즐길 상황이 아닌 거 같은데!” <믹스나인>(제이티비시)에서 참가자한테 퍼부은 양현석의 독설은 자신들에게 해야 할 얘기다. <프로듀스 101>(엠넷) 성공 이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지지만, “빛나는 소년 소녀를 구하겠다”(<믹스나인>)라는 등 거대한 포부와 자화자찬에 견주면 만듦새는 양현석의 독설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대체 (제작진은) 그동안 뭘 한 거지?”

현재 방영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하 <더 유닛>)과 <믹스나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스트레이 키즈>(엠넷)는 제이와이피(JYP) 엔터테인먼트 남자 그룹의 데뷔 과정을 그리며 그 안에서 멤버 확정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한다. <문화방송>도 파업으로 중단했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이티비시>는 개인방송 진행자(비제이·BJ) 오디션 프로그램인 <워너비>를 30일부터 방영한다. 2009년 <슈퍼스타케이>(엠넷)로 시작된 노래 오디션이 연기 등으로 옮아갔던 것처럼 <프로듀스 101>에서 출발한 아이돌 오디션이 다시 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화제성이 떨어진다. <케이팝스타>(에스비에스)가 음악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슈퍼스타케이>와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상징적인 콘텐츠가 된 것과 달리,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프로듀스 101>의 인기 포인트를 답습한다. 남녀 아이돌, 순위, 무대 모양까지 세 프로그램을 섞어놓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대중문화 핫 키워드인 아이돌에, 인기 요소를 장착했는데도 왜 폭발하지 않는 걸까. 대중문화 기자들이 <더 유닛>과 <믹스나인>을 평가했다.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을 오디션하다!

와이지 양현석 대표가 각 기획사를 돌면서 소속사 연습생 혹은 가수들을 오디션하는 <믹스나인>. 28살을 은퇴할 나이라고 하거나, 섹시한 춤을 추는 참가자를 보며 “우리 애들(소속 가수들)은 왜 나한테 이렇게 안해주냐”는 성희롱적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제이티비시 제공
와이지 양현석 대표가 각 기획사를 돌면서 소속사 연습생 혹은 가수들을 오디션하는 <믹스나인>. 28살을 은퇴할 나이라고 하거나, 섹시한 춤을 추는 참가자를 보며 “우리 애들(소속 가수들)은 왜 나한테 이렇게 안해주냐”는 성희롱적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제이티비시 제공
1. 착한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더 유닛> 합격, <믹스나인> 합격

■ 김효실 기자(이하 김) 이런 심사 잘 안 하는데 방송정상화에 도움이 되고 싶어 참여했다.(<더 유닛> 비 패러디) 미디어 담당으로서 <더 유닛>은 아이돌로 데뷔했다가 실패한 이들한테 리부팅 기회를 제공한다는 ‘패자부활전’ 콘셉트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정체성에 가까운 측면이 있어서 좋게 봤다.

■ 유선희 기자(이하 유) <믹스나인>은 양현석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여러 기획사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아이돌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난립하는 기획사들이 생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더불어 거기 소속된 아이돌들이 성공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연습생을 뽑아놓고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못 시키며 자금적인 한계 등을 운운하는 신생 또는 중소기획사 대표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남지은 기자(이하 남) 두 프로그램 모두 한번 실패한 이들한테 다시 기회를 주는 과정에서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한테 체험학습을 시키듯 현실감각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아이돌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고, 데뷔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민낯으로 보여주지 않나. 더불어 참가자들한테는 지금 자신의 실력을 똑바로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2. 어디서 많이 봤던 포맷이네! <더 유닛> 불합격, <믹스나인> 불합격

■ 남 근데 딱 거기까지다. 기획의도에 따라 창의적인 무대를 꾸며야 하는데, 모두 <프로듀스 101>의 성공법칙을 따르고 있다. 성공법칙에 목매느라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남녀 아이돌 수백명 중에서 1차 오디션으로 가려 뽑은 뒤, 미션을 주고 그룹을 나누고, 순위를 정하고 주제곡을 부르고, 최종 선발자들을 데뷔시키는 것도 같다. 심지어 무대까지 비슷하다. <믹스나인>은 <프로듀스 101> 포맷에, <슈퍼스타케이> 악마의 편집에, <쇼미더머니>에서 마이크 뺏어 노래하던 설정 등을 섞어놓은 느낌이다.

■ 유 나도 창의성 점수는 안 주고 싶다. 둘 다 <프로듀스 101>과 거의 흡사한 포맷으로 가고 있다. 특히 <믹스나인>은 첫번째 피라미드식 의자 구성, 순위발표 방식 등도 똑같다. A~C반으로 나눠 C반은 무대 위에 올라오지 못하고 아래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까지도 차별점이 전혀 없다.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프로듀스 101>의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을 한꺼번에 한다는 정도?

■ 김 뻔한 반전 편집 ‘스멜’도 올라온다. <믹스나인>은 특정 참가자를 잘한다고 한껏 강조한 뒤 탈락시키거나, <더 유닛>은 참가자를 본 심사위원이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이유를 설명해주는 식으로, 예상 가능한 전개들이 심심하다. <더 유닛>은 사연팔이에 악마의 편집이 없는 건 좋지만, ‘편집 자체가 아예 없는 건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밋밋하다. 눈물만 강조하는 건 게으른 편집이다. 태민 눈물 대체 몇 번을 써먹나.

<더 유닛>은 한번 데뷔했다가 실패한 이들한테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콘셉트와 달리, 갓 데뷔한 이들, 심지어 배우 지망생한테도 기회를 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구체적이지 않고 감성적인 심사평도 와닿지 않는다. 한국방송 제공
<더 유닛>은 한번 데뷔했다가 실패한 이들한테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콘셉트와 달리, 갓 데뷔한 이들, 심지어 배우 지망생한테도 기회를 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구체적이지 않고 감성적인 심사평도 와닿지 않는다. 한국방송 제공

3. 대체 심사기준이 뭐야? <더 유닛> 불합격, <믹스나인> 불합격

■ 남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맛 중 하나는 심사평인데, 두 프로그램은 극과 극으로 문제가 많다. <믹스나인>은 독설을 넘어선 막말이 난무하고, <더 유닛>은 알맹이가 없다. 구체적이지 않고 감성적이다. “진짜 뭐가 오는 게 있다”며 합격시키는데 그 ‘뭐’가 대체 뭐라는 건지. 심사 기준도 참가자마다 바뀐다. <믹스나인>에서 양현석은 <슈퍼스타케이>에 나왔던 손예림을 심사하면서 “타 오디션 출신은 뽑고 싶지 않다”고 떨어뜨리더니 <프로듀스 101> 등 다른 출신들은 다 뽑았다. <더 유닛>은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는데, 에너지가 밝다”고 붙이고, “인사를 잘한다”고 합격시킨다. 비는 심사 기준이 “간절함”이라는데 다 간절해서 나온 거 아닌가. 오히려 한번 실패한 이들인 만큼, 떨어진 점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도움되지 않을까.

■ 유 양현석의 심사 태도가 좋게 보이지 않는다. 힘들어도 즐긴다는 참가자한테 “즐길 상황이 아닌 거 같다”거나 “28살이면 은퇴할 나이”라는 등 독설을 넘어선 막말을 퍼부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차 심사 과정에서 중소기획사가 소속 가수를 와이지에 보내기 위해 양현석의 구미에 맞추느라 애쓰는 모습이 상하관계인 것처럼 묘사돼 불편했다.

■ 김 예쁜 참가자들만 나오면 정신 못 차리는 ‘아재 심사위원’들 모습도 보기 싫다. <믹스나인>에서 양현석은 여성 참가자들이 애교 섞인 모습을 보이자 “왜 와이지 가수들은 나한테 이렇게 안 해주지”라며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한다. 딸 같은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짓이지. <더 유닛>의 비, 황치열 등의 심사위원 역시 “나는 인형인 줄 알았다”는 등 “예쁘다”를 연발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나마 <더 유닛>에서 태민이 “현역 아이돌로 데뷔하셨던 분들이라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현실성 있게 말한다.

<프로듀스 101>에서 논란이 됐던 참가자 순위를 나열하는 방식은 <더 유닛>과 <믹스나인> 모두 차용하고 있다. 무대, 주제곡 부르기, 그룹 데뷔 등 <프로듀스 101>의 설정을 고스란히 가져온 듯한 포맷에서 창의성을 찾을 수가 없다.
<프로듀스 101>에서 논란이 됐던 참가자 순위를 나열하는 방식은 <더 유닛>과 <믹스나인> 모두 차용하고 있다. 무대, 주제곡 부르기, 그룹 데뷔 등 <프로듀스 101>의 설정을 고스란히 가져온 듯한 포맷에서 창의성을 찾을 수가 없다.
4. 참가자 매력 잘 살렸냐고? <더 유닛> 불합격, <믹스나인> 합격

■ 남 포맷과 편집의 묘미를 살리지 못해서인지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만한 참가자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이미 한번 나왔다가 실패한 이들이 다시 나오는 것이라 보석을 발굴하기는 어렵겠지만, 제작진이 아이들의 간절함에 진정성만 있었다면 충분히 빚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참가자의 새 매력을 보여주기보다는 왜 안 떴는지 알겠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되지 않나.

■ 김 참가 기준이 애매모호하니 재기회를 주는 절실함이 덜한 거 같다. <더 유닛>은 한번 데뷔한 이들한테 기회를 준다더니 갓 데뷔한 신인에, 배우 연습생, 그냥 연습생도 나왔다. 첫 참가자가 2017년 8월30일 데뷔한 신인 걸그룹이었다. 방송 무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인지도를 높이려고 나온 이들을 첫 참가자로 내세우면서 애초부터 취지를 퇴색시켰다. 배우 지망생은 왜 나오나. 그런 점에서 <믹스나인>은 그래도 16살에 데뷔했다가 한번 망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고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는 고백이나, 곡을 만들고도 방송 무대 한번도 서보지 못했다는 아이돌이 수두룩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게 된다.

■ 유 오히려 참가자들끼리의 갈등을 부추기며 편집으로 강조해 미움을 받게 한다. <믹스나인>은 일부 참가자들이 강화도 산골에서 연습하던 아이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인성 논란을 낳게 했다. 칭찬받는 참가자를 질투하는 듯한 다른 참가자의 표정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등 <슈퍼스타케이>에서 논란이 됐던 나쁜 편집의 버릇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착한 오디션인 줄 알았던 <더 유닛>조차 1차로 거른 뒤 셀프 조합으로 9명씩 팀을 짜게 하면서, 질투와 경쟁을 부추기고 갈등을 유발했다.

참가자들끼리 갈등을 유발시키고, 불필요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등 인권을 무시한 편집 등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믹스나인>에서 노래가 나오면 달려가서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한테 도전 기회를 줬던 방식은 <쇼미더머니>에서 래퍼들한테 마이크를 뺏어 노래하게 해 논란이 됐던 방식과 닮았다. 제이티비시 제공
참가자들끼리 갈등을 유발시키고, 불필요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등 인권을 무시한 편집 등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믹스나인>에서 노래가 나오면 달려가서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한테 도전 기회를 줬던 방식은 <쇼미더머니>에서 래퍼들한테 마이크를 뺏어 노래하게 해 논란이 됐던 방식과 닮았다. 제이티비시 제공
5. 그래서 성공 가능성은? 최종 결과! <더 유닛> 불합격, <믹스나인> 불합격

■ 남 이들이 강조하는 참신함과 가능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두 프로그램은 불합격이다. 한 아이돌 그룹이 팀을 나눠 <더 유닛>과 <믹스나인>에 출연할 정도로 두 프로그램조차 차별화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 유 차라리 <더 유닛>은 <믹스나인>에서 보여주는 ‘흙수저 기획사’나 ‘오래전 데뷔했지만 못 뜬 연예인’에 더 포커스를 맞춰 그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을 하는 콘셉트의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김 아이돌 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도 곱씹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믹스나인>에서 양현석은 “6년 동안 뭘 한 거야”라고 묻는데, 과연 그들에게 6년 이상을 소모하도록 한 아이돌 산업과 한국 사회에 문제는 없는 걸까. 아, 볼수록 드는 생각. 그들의 청춘은 누가 보상해주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