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볼 맛’도 중요하다. 그래서 해외도 가고, 산에도 가고, 바닷가도 간다. 아름다운 장소만 찾아다니는 장소 섭외 담당자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다양한 ‘그림’을 포기하고 교도소에서만 찍겠다는 도발적인 드라마가 등장했다. 바로 <티브이엔>(tvN)이 22일부터 매주 수·목 밤 9시30분에 방영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다.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감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한번도 다뤄지지 않아 시작하게 됐다.” 신원호 피디의 각오 또한 도발적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유명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이 감옥에 오기 전부터 출소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와 엮인 가족과 연인, 그리고 감옥에서 만난 재소자, 교도관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접근이 어려워 2016년 4월부터 재소자와 교도관 등을 인터뷰하는 등 사전준비 기간도 길었다. 신 피디는 “직접적 경험은 적지만 인터뷰 등 취재를 통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며 “드라마가 범죄자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 부분을 가장 주의하면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 이상으로 캐스팅 또한 도전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사실상 김제혁이 이끌어가는 ‘원톱 드라마’(주인공이 한명이라는 뜻)이다. 장소도 교도소로 한정된 공간인 만큼 주인공이라도 톱스타를 기용해서 관심을 끌어볼 법도 한데, 박해수는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 얼굴이 익숙지 않다. 신 피디는 그를 올해 초 연극 <남자충동>을 보고 발탁하고, 인지도 높은 배우는 조연으로 섭외했다. 신 피디는 “박해수가 원톱인 드라마라고 할 만큼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10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해온 정경호를 조연으로 캐스팅해 미안했다”고 말했다. 정경호는 교도관 이준호로 나온다.
무모한 도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팀이기 때문이다.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1997>(2012년)부터 <응답하라 1988>(2015년)까지 호흡을 맞추며 ‘응답’ 열풍을 끌어냈다. 당시만 해도 고개를 갸웃했던 ‘추억’이라는 키워드로 텔레비전 유행을 선도했던 그들이, 교도소라는 생소한 열쇳말로 또 한번 열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신 피디는 “결국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언젠가 교도소에서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 새로운 삶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 갇혀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게 희망이더라. 이게 인생 이야기의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이 감옥에서 살면서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희망 찬 감수성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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