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남자들 때문에 드라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랑의 온도>(에스비에스) 양세종, <매드독>(한국방송2) 우도환, <고백부부>(한국방송2) 장기용까지, 어느 틈엔가 나타나 주연으로 우뚝 선 이들이다. 변화무쌍한 매력을 선보이는 극 중 캐릭터 영향이 크겠지만, 그 매력을 잘 담아내는 마스크와 잠재력 가득한 연기가 여심을 제대로 공략했다. 주목받는 이들을 보면, 남자 배우의 성공 법칙이 보인다.
셋 다 냉온을 겸비한 배역을 연기한다. 양세종이 맡은 온정선(<사랑의 온도>)은 감성적이고 차분하지만, 질투도 서슴지 않는다. 나이 따위 상관없고, “사귀자”는 고백도 거침없다. 강하고 단호해 보이는데, 보호본능도 자극한다. <매드독>의 우도환(김민준 역) 역시 ‘옴므파탈’로 어리숙함부터 섹시함까지 아우른다. 형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려고 보험조사단에 들어왔다. 같은 편인 것 같지만, 때론 팀장 최강우(유지태)를 도발하는 등 속내를 읽기 어려운 입체적인 인물이다. 서늘한 미소에서 얼핏 비치는 슬픈 얼굴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고백부부>에서 장기용(정남길 역)도 차가운 눈빛부터 해맑은 미소까지 다양한 얼굴을 선보인다. 달려오는 마진주(장나라)를 자기도 모르게 안고는 부끄러워하는가 싶더니, 이내 “맞는 거 같은데 너 좋아하는 거”라며 돌직구 고백을 한다.
그 입체적인 인물을 제대로 표현해 낼 줄 아는 풍부한 마스크도 공통점이다. 무표정하면 차가워 보이다가도 웃으면 이내 부드러워지는 등 변화무쌍한 매력이 얼굴에서 드러난다. <매드독> 강병택 책임피디는 “우도환이 다른 배우들과 차별되는 점은 강한 인물에서 섹시, 멜로 등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얼굴”이라고 평했다. 모두 내면을 은근히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쌍꺼풀 없는 눈매에 180㎝가 넘는 큰 키, 안정된 중저음의 목소리 등 신체 조건도 좋다. <고백부부> 제작진은 “장기용은 키와 인상 등 신체 조건이 좋아 어떤 여배우와 붙여놔도 ‘케미’가 산다. 요즘은 남녀 주인공의 독자적 매력보다 케미가 시청률에 점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모두, 단번에 캐스팅됐을 정도로 잠재력 많은 연기력이 방송 관계자들이 “크게 될 인물”로 꼽는 비결이다. 양세종은 <듀얼>이 끝난 지 두달 만에 <사랑의 온도>에 출연했고, 장기용은 <고백부부> 오디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셋 모두 시나리오와 대본이 쏟아지고, 광고계약도 밀려든다. 빠른 성장세인데, 담당피디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성실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 양세종은 2016년 11월 <낭만닥터 김사부>(에스비에스)로 데뷔해 지난 6월 <듀얼>(오시엔)에서 단숨에 주인공을 맡았다. <듀얼>은 선악이 공존하는 1인2역으로 신인이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컸지만, 망설임 없이 도전했고 잘 소화해내 단숨에 주목받는 주연이 됐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우도환도 지난해 영화 <마스터>에서 내공이 필요한 킬러 역을 신인답지 않게 잘 소화해냈고, 지난 8월 드라마 <구해줘>(오시엔)로 시선을 끌었다.
물론 경력이 짧은 만큼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강병택 시피는 “신인이기에 아직은 긴장이 풀리지 않은 딱딱한 느낌이 있다. 표정, 행동 등이 자연스러워지고 노련해지면 큰 배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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