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생을 마쳤다. 향년 45.
서울 강남경찰서는 30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에서 교통사고로 김주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김주혁이 몰던 차량은 이날 오후 4시27분께 강남구 영동대로 아이파크 아파트 정문에서 전복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남소방서는 김씨를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2시간 뒤인 6시31분 끝내 숨졌다.
김주혁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1998년 에스비에스(SBS) 공채 8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배우 고 김무생의 차남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영화 <싱글즈>(2003),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청연>(2005), <사랑 따윈 필요없어>(2006),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뽐냈다. 올해는 <공조>,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폭을 넓혔다. 드라마로는 <프라하의 연인>(2005), <무신>(2012), <구암 허준>(2013) 등의 작품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2013년엔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기도 했다. 한국방송(KBS)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해 그동안 드라마·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진솔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구탱이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5년 12월엔 “배우 활동에 집중하겠다”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지만 이후에도 <1박2일>에 대한 애정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티브이엔>(tvN) 드라마 <아르곤>에서 앵커 김백진 역을 맡아 탐사보도팀 ‘아르곤’을 이끄는 ‘팩트주의자’의 모습으로 호평받았다. 김주혁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거듭하는 배우이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아르곤> 이후 인터뷰에서 “그전까지는 여러 갈래 길 앞에서 ‘이리 가는 게 맞나?’ 고민했다면 이제는 ‘저쪽에 내 먹을거리가 많겠구나’ 정도는 알겠더라. 그런 느낌이 든 지 한 2~3년 됐다”며 “최근에야 연기의 참재미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모습은 시상식이었다. 지난 27일 열린 ‘더 서울 어워즈’에 참석해 영화 <공조>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김주혁은 이 영화에서 북한 고위층 간부 차기성 역을 맡아 악역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그는 상패를 손에 쥐고 “연기생활 20년 만인데 영화에서 상을 처음 받아본다. 로맨틱 코미디물을 많이 해 항상 갈증이 있었다”며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4월엔 영화 <흥부>, 7월엔 <독전>에 캐스팅돼 촬영을 모두 마쳤고, 영화 <창궐>, <열대야> 촬영 일정도 잡혀 있었다.
지난해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만난 17살 연하 이유영과 열애 사실을 공개했던 그는 최근 ‘결혼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김미영,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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