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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엿보기’ 재미있으면 그만?

등록 2005-11-21 16:16수정 2005-11-21 16:55

<문화방송> 일요일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 아유미 편. 출처 : 문화방송 캡쳐
<문화방송> 일요일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 아유미 편. 출처 : 문화방송 캡쳐
MBC 일요일밤에 ‘몰카’ 부활 1달
<문화방송>의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인기코너 ‘몰래카메라’가 침체에 빠진 오락프로그램의 구원투수임을 자처하며 지난달 30일 기대 속에 부활했다. ‘몰카’만큼 시청자들이 화끈하게 웃을 수 있는,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코너가 없기 때문이란다. 제작진은 ‘몰카’가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 싶은 코너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90년대 방송프로그램에서 ‘몰카’는 선풍적 인기였다. 꾸며낸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이 코너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그들의 인간적 품성까지 드러냈다. ‘연예인 사생활 들추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이 코너는 “관음증에 목말라하는” 시청자를 자극함으로써 웃음을 유도했다. 그 이면에 사생활 침해와 인권유린 논란이 일었음은 물론이다.

‘몰카’ 부활 한달. 그러나 이 코너가 시청자들에게 통괘한 웃음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의견이 분분하다.

엑스트라 동원와 제작비 지원 등 물량 공세에 비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시청률은 두자릿수로 올라섰지만,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탓에 많은 이들이 ‘무덤덤’하다. 속임을 당하는 연예인들이 “나를 속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준비를 했나”라고 감동하는 것 같지도 않다. 상당한 제작비와 각본 짜인 상황 설정 탓에 통쾌한 웃음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거북하다’는 것이 시청자들 대부분의 의견이다.

◇ 아유미, 김용건, 장윤정 그리고 쥬얼리 서인영…

현재까지 몰카는 아유미(슈가), 김용건, 장윤정, 서인영(쥬얼리) 등 총 네 편이 방송됐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스펙터클’을 자랑하지만, 소박하고 편안한 느낌은 없다는 것이다.


90년대만 해도 몰카는 목욕탕에서 샴푸를 머리에 뿌리거나(가수 유열), 강도가 든 미용실(가수 김종서) 등의 일상의 에피소드를 차용하거나 퀴즈 아카데미(가수 이범학) 세트를 활용했다.

그러나 웬만해선 속지 않는 연예인을 속이려다 보니 상황은 억지 설정이 필요해졌다. 속임수를 위해 제작비와 인력 동원 규모는 늘어갔다. 재미를 더하려다보니 연예인의 사생활을 건드려야 하고,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촬영이나 결혼식, 게릴라 콘서트 등 작위적 상황 설정이 요구된다.

비용과 인력 동원 규모가 업그레이드된 ‘몰카’는 과연 수준이 높아졌을까, 아니면 더 통쾌한 웃음보를 터뜨렸을까?

30일 첫 방송에서는 그룹 ‘슈가’의 가수 아유미에게 ‘세계로 가는 대장금’이라는 생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됐다고 속이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아유미를 속이기 위해 대규모 세트와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문화방송> 일요일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 아유미 편. 출처 : 문화방송 캡쳐
<문화방송> 일요일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 아유미 편. 출처 : 문화방송 캡쳐
지난 6일 방송된 김용건 편의 경우 전원일기 응삼역의 탤런트 박윤배가 절친한 탤런트 김용건에게 가짜 결혼식의 주례를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는 2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으며,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화려한 한강 야외결혼식이 연출됐다.

‘몰카’ 세번째 편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 장윤정은 일밤에 ‘게릴라 콘서트’가 부활했다고 속이는 바람에 경기도 안양지역을 돌며 콘서트 홍보에 열을 올려야 했다. 네번째 출연자인 ‘쥬얼리’의 가수 서인영은 홈표핑업체와 연말을 맞아 불우이웃돕기 특별행사를 가짜로 마련하자 ‘**갈비’ 홍보를 위해 소금에 절인 갈비를 먹는가 하면 황당 갈비 패션쇼까지 펼쳤다.

◇ 과도한 제작비와 인력 동원 ‘눈살’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작비를 따라가지 않았다. 몇분~몇십분의 ‘속임수’ 방송을 위해 물량공세를 퍼부은 것에 대해 서민들의 반감은 컸다.

일밤 시청자 게시판에도 이같은 지적이 올라왔다.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과도한 제작비에 걸맞는 웃음과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장지호씨는 “몰카에 너무 많은 제작비를 들이는 것 같다. 부피만 과다한 방송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했으며, 김재성씨도 “이런 방송을 왜 돈들여가면서 제작하는지 의문”이라며 “제작비와 방송시간이 아깝다”고 썼다.

오현숙씨는 “유치함의 극치다. 말도 안되는 상황 설정하며,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장난스럽다”라며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으며, 김영경씨는 “전파 낭비 몰래카메라, 한 명 속이자고 지금 뭐하는 건지… 쇼하는 당신들이 더 웃기다”라고 질타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누리꾼 ‘hcmnet’는 “낭비가 과하다 싶을 정도”라며 “보조 출연자들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고, 세트 낭비도 심하다”라고 지적했으며, “몰카 한번 제작할 때마다 영화 한편 찍겠다. 돈 엄청 들이면서도 실망스러운 방송만 한다”(‘ydsn4197’), “솔직히 내 돈이 아니지만 제작비가 아깝다”(‘doniss’)라는 식의 글이 꼬리를 이었다.

◇ ‘짜고 치는 고스톱…스타 띄우기’ 아닌가?

시청자들은 ‘몰카’가 과연 ‘스타 속이기’로 재미를 주는 코너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연예인이나 시청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고, 그만큼 ‘바보 아니고서는’ 연예인들이 몰카의 표적에 쉽게 노출되겠냐는 말이다. 이번에 방송된 서인영편의 경우 “몰카 중간에 서씨가 알아챘다. 알아챈 뒤로 행동이나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용건씨의 경우도 식이 진행되는 동안 황당해하거나 달갑지 않은 표정을 보이면서도 평정을 잃지 않았다. 장윤정씨의 경우도 게릴라콘서트가 거짓이었음을 알았을 때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시청자들은 이런 점을 들어 해당 연예인들이 ‘몰카’ 촬영 중이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속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한다. 이런 이유로 웃음을 가장한 ‘스타 띄우기 아니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문화방송> 일요일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 서인영 편. 출처 : 문화방송 캡쳐
<문화방송> 일요일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 서인영 편. 출처 : 문화방송 캡쳐
실제 방송 후 김용건씨는 “잘 참았다” “멋지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으며, 서인영씨의 경우도 “다시 봤다”, “재밌었다”며 호감을 표현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이 코너의 부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몰카 보고 즐거워 할 시대는 지났다.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다”, “몰래카메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대방을 속이던가, 돈 들여 그렇게도 할 일이 없나”, “이렇게까지 하면서 시청자를 우롱하는 이유가 뭐냐”는 의견이 그것이다.

◇ “몰카, 결국 시청자 공범으로 모는 것, 재탕은 안일한 자세”

전문가들의 생각 또한 시청자들과 무관하지 않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영묵 교수는 “몰카는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어 즐기는 것으로 연예인들 입장에서 보면 카메라의 폭력이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만”이라며 “특히 몰카는 해당 연예인에게는 대단히 공포스러운 상황에 노출되는 것이고, 시청자들을 공모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형식과 포맷을 통해 오락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었던 몰카를 재탕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자세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아쉽다”고 말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합교 영상원 교수도 “기본적으로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은 진보·진화해야 하는데, 몰카의 경우 과거로 회귀했다고 보면 된다. 제작진의 치기어린 발상이 프로그램의 치기로 이어졌다”며 “치기어린 장난에 가담해 놀아주기엔 시청자들의 웃음과 즐거움에 대한 기대수준이 일취월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폭력적인 시선이 사라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막대한 제작비만큼의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이 코너는 실패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몰카가 부활한 이후 ‘일요일일요일밤에’ 시청률은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게 지속적일지는 의문이다. 비슷한 흐름의 <서울방송> ‘즐겨찾기’의 ‘스타실험카메라’는 결국 폐지되었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나 작위적인 상황 설정, 과도한 제작비 지원으로는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에 불러모을 수 없다”라는 게 방송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문화방송 프로듀서 재직시절 ‘몰카’를 맨먼저 도입했던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지적한다. “한 코너의 재탕·삼탕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겠지만, 방송계에서는 ‘시청률이 높으면 다 용서가 된다’는 말이 있다”며 “사람들이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몰카의 등장만으로 비난할 수 없다. 기왕 새롭게 시작된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화끈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상황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제작진의 분발을 당부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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