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이명박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유인촌 전 장관이 “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고 발언했다.
유인촌 전 장관은 25일 보도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발표와 관련해 “조사하면 금방 나온다. 당시 문체부 내부에 지원 배제 명단이나 특혜 문건은 없었다. 당연히 만든 적도 없다”고 말했다. 유인촌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 2월부터 문체부 장관을 맡아 2011년 1월까지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장관직을 역임한 최측근 ‘MB맨’으로 꼽힌다.
국정원 개혁발전위 자료를 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수시로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예술계 특정 인사와 단체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언어테러로 명예를 실추’, ‘좌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 주입’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및 퇴출 등 압박 활동에 나서라고 국정원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국정원은 문화계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배우 문성근·명계남·김민선, 영화감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방송인 김미화·김제동·김구라,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5개 분야 82명을 퇴출 대상으로 적시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퇴출 대상으로 선정한 연예인의 소속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를 인사 조처하도록 유도하고, 국제영화제 위원장 후보에서 배제하거나 심지어 방송대상 수상작 선정에 관여해 탈락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방송인 김미화씨는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MBC)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하차했다.
당시 청와대도 민정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을 통해 ‘좌편향 연예인들의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파악’(2010년 8월) 등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국정원은 ‘브이아이피(VIP) 일일보고’, ‘비에이치(BH)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보고했다고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밝혔다. 브이아이피는 대통령을, 비에이치는 청와대를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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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전 장관은 계속된 인터뷰에서 “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며 “요새 세상(정권)이 바뀌니까 그러겠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제하거나 지원을 한다는 게 누구를 콕 집어 족집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 당시 지원 현황 같은 것을 보면 금방 나올 일”이라며 “우리는 그런 차별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인촌 전 장관은 또 “MB정부 시절 ‘기관장 문제’ 때문이었지 현장에 있던 문화예술인들과는 (관계가) 좋았다. 요즘 방송에 나오는 얘기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사실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관장 문제’란 유인촌 전 장관이 이명박 정부 초기 언론재단(현 언론진흥재단) 박래부 이사장 등 참여정부 때 임명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을 한 일에 대해 2008년 3월20일 국립민속박물관 업무 보고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많은 분께 마음속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사과한 일을 일컫는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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