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고 신해철과 약속 13년만에야 지켰네요”

등록 2017-06-22 22:12수정 2017-06-22 22:17

‘예술가의 술 사용법’ 펴낸 조승원씨

2004년 ‘엠비시’ 시사프로 취재 인연
‘마약’ 주제로 만나 밤새 술·음악 얘기
인세는 인디뮤지션 지원금 기증하기로
조주기능사이자 현직 방송기자인 조승원씨.
조주기능사이자 현직 방송기자인 조승원씨.

“술과 음악은 공통점이 많다. 은하수만큼이나 어마어마하다. 좋은 술, 나쁜 술이 없듯이 음악도 좋은 음악, 나쁜 음악이 없다.” 지난달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예술가의 술 사용법>을 출간한 조승원(44·<엠비시> 기자)씨는 앉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20여년 넘게 심취한 술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책 출간은 2004년 가수 신해철과의 약속이 결정적이 계기가 됐다. 그때 <시사매거진 2580>에서 마약을 주제로 방송을 준비하던 중, 취재원으로 신해철을 만났다. 밤 11시에 만나 꼬박 7시간을 음악과 술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돌아서는 등 뒤로 신해철이 “밤새워 한 얘기 아깝다. 책 내봐라”라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회부에서만 10년 넘게 있었던 그는 ‘엠비시’가 파업에 돌입하고 비제작 부서로 발령이 나자 그 약속이 떠올랐다. 하지만 진척은 느렸다. 3년 전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나자 작업 속도를 올렸다. “마음 한 곳이 시리고 먹먹했다. 돌아가신 분이 남긴 숙제를 무조건 완성해서 영전에 바쳐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인세를 전액 인디뮤지션 지원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책은 애주가라면 몇 시간 만에 통독을 하고 남을만큼 흥미진진한 얘기들로 풍성하다. 노벨상 수상자인 밥 딜런이 23살에 떠난 음주여행 에피소드나 허름한 미국 클럽에서 만취한 존 레논의 주사나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던 오지 오스본의 비밀 등이 책에 빼곡하다. 외국 유명 매체에서도 좀처럼 보도된 적이 없는 세계적인 팝 가수들의 음주 뒷얘기는 조씨가 5년간 수집한 자료, 동영상과 번역 등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다.

“넓은 모래 해변에서 작은 보석을 찾는 심정이었다”는 그는 수십 권의 평전을 뒤져 겨우 한 문단을 완성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이런 열정은 음악전문가이자 애주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최루탄이 일상이었던 대학시절에도 음악다방 등교를 하루도 빠트리지 않았던 그였다. 1997년 엠비시 기자로 입사한 후에 애주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2000년 술 공부를 시작해 2010년에는 국가 공인 주류 자격증인 조주기능사를 땄다. 내친 김에 이듬해에는 ‘엠비시’ 창사 50돌 다큐멘터리 <술에 대하여>를 연출했다.

자칭 ‘미주가’(美酒家)인 그는 술도 음식처럼 제대로 음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주가는 미식가란 호칭을 참고해 그가 만든 단어로, 술도 음식처럼 깊이있게 경험하고 즐기는 이들을 뜻한다. “입사 초반, 한 자리에서 수십 잔의 폭탄주를 마셨는데 어느 순간 너무 지겨웠다. 매일 왜 같은 술을 마시는 걸까 의문도 들었다. 술도 음식처럼 즐거움이 될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는 대주가가 아닌 ‘미주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술 앞에서 경건하다. 향을 맡고, 수많은 종류의 맛의 차이를 따진다. 술 박사로 소문이 나 강연도 쇄도한다. 강연에서 그는 “오감을 작동시켜 제대로 마시는 법”을 설파한다. “눈으로 빛깔을 보고, 잔의 온도를 만져 촉각의 날을 세우고, 귀를 쫑긋 세워 꿀꺽 넘기는 소리를 듣는 법”이라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위스키 등은 술에서 숙성 통의 향이 난다”며 후각도 맛을 음미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한 방울도 안마시고 그 술의 독특한 풍미를 향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