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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쉬운 ‘추사평전’은 제자들이 마무리해 주겠지요”

등록 2017-04-17 19:06수정 2017-04-18 14:38

【짬】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소장

지난 15일 <추사 명품>출간 기념회가 열린 서울 법련사 대웅전에서 만난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고운 두루마기 차림으로 삼세불 앞에서 활짝 웃으며 하객들을 맞았다. 그는 “40여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애써온 대학자 추사의 작품 연구를 일단락짓게 됐다.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은 형편이지만, 이제 손을 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추사 명품>출간 기념회가 열린 서울 법련사 대웅전에서 만난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고운 두루마기 차림으로 삼세불 앞에서 활짝 웃으며 하객들을 맞았다. 그는 “40여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애써온 대학자 추사의 작품 연구를 일단락짓게 됐다.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은 형편이지만, 이제 손을 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절집 불단 위에는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세 분의 부처, 삼세불이 금빛을 내뿜었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큰학자인 가헌 최완수(75·사진)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그 불단 앞에서 가부좌한 채 불상들을 올려보았다. 우주와 인생의 시공간을 포용하는 부처들 앞에서 40여년 미술사에 몰두해온 학문역정을 되돌아보며 만감에 젖는 듯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사간동 법련사 대웅전에서 열린 그의 신간 <추사 명품>(현암사 펴냄) 출판기념회는 여느 기념회와는 다른 도저한 분위기가 우러나왔다. <추사명품>은 한국 서예사 최고 명필이자, 불세출의 대학자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글씨와 현판(편액), 그림, 인장 등 100여점 진품들을 시기별로 집대성한 800쪽의 도록집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첫 추사 전작도록 ‘추사명품’ 출간법회
원색도판 267장·참고용 150여장 수록
“진품감정 핵심기준될 기념비적 성과”

예산 추사고택 이웃마을 태어난 인연
1965년 스승 혜곡과 함께 첫 방문
“수행하듯 50여년 연구성과 마무리”

현암사에서 나온 <추사명품> 표지. 저자의 뜻에 따라 추사글씨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침계>(간송미술관 소장)의 첫자를 표지 이미지로 넣었다.
현암사에서 나온 <추사명품> 표지. 저자의 뜻에 따라 추사글씨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침계>(간송미술관 소장)의 첫자를 표지 이미지로 넣었다.
이 대작의 출간을 축하하는 이날 자리는 법회 같은 모양새로 꾸려졌다. 100여명 청중을 등진 채 동창인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평생 도반인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과 함께 좌정해있던 최 소장은 일어나 불단 앞에 고개를 숙인 뒤 소회를 털어놓았다.

“추사 고택이 있는 충남 예산 신암면의 이웃인 고덕면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옛적 걸어서 건넜던 예산 삽교천의 동쪽 너머를 개건너라고 하는데, 거기에 나라의 큰 학자가 사시던 곳이 있다는 말씀을 어른들께 들으면서 일찍부터 가보고 싶어했지요. 65년 국립박물관에 들어간 뒤에야 스승인 혜곡 최순우 선생이 같이 가자고 해서 처음 찾아갔습니다.”

최 소장은 “당시 제수를 장만해 혜곡과 함께 삽교천 건너 찾아간 추사 고택과의 만남이 반세기 가까이 추사 연구에 매달리는 계기가 됐고, 추사의 사상과 예술을 집약해 해설한 <추사집>에 이어 <추사명품>까지 펴내는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느꺼워했다.

1976년 그는 ‘김 추사 연구초’란 논문과 <추사집> 발간으로 처음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학계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추사 명품>은 그의 50여년 연구 성과를 갈무리한 저술이다. 거장이 남긴 수많은 명품들을 편액·임서·시화·대련·서첩·회화·서간·비석으로 나눠 원색 도판 267장, 참고 도판 150여 장을 편년 중심으로 싣고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세세한 번역문을 실어 작품들의 진면목을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작품에 쓴 다양한 내력의 인장들도 항목을 두어 소개했다. 거장의 풍운어린 삶을 타고 다기하게 변천한 추사체의 이해를 위해 ‘중국 서예사의 흐름’과 ‘한국 서예사 대강’이라는 해설글도 말미에 실었다. 독자들이 추사예술의 난해한 경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요긴한 길라잡이 책이 나온 셈이다.

“72년 간송에서 처음 추사전시를 열 때는 글씨첩 한자 한자를 읽기도 어려웠어요. 논문을 쓴 이들도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일제가 정체됐다고 깎아내렸던 조선왕조 문화사의 실체를 알려면 18세기 진경시대의 대화가 겸재 정선과 뒤이어 대성한 고증학자이자 서예가 추사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밀고 나갔어요. 수십여년 흘러 2009년 세권짜리 대작 <겸재 정선>이 나와 먼저 결실을 보았고, 2014년 38년만에 나온 <추사집> 개정본에 이어 이번 <추사 명품>으로 일단락이 된 것이지요.”

그가 염두에 둔 것은 제작 시점, 곧 편년에 기반을 둔 추사 작품들의 일목요연한 연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간송 소장 추사 명품은 40여년 연구했기에 가려내어 해설하기가 용이했다. 하지만, 여러 소장처에 흩어진 명품들은 편년을 따져 정리하는 작업이 간단치 않았다. 다행히,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추사 김정희, 학예일치의 경지’라는 추사 서거 150주기 기념전을 열어 여러 추사명품을 연대별로 정리해 놓음으로써, 이번에 종합적인 명품도록을 펴낼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뒤 그는 간송미술관 1층 숙소와 2층 연구실만 오르내리며 10여차례 교정을 되풀이하고 2000장 넘는 해설 원고와 원색도판 등을 손보는 지난한 과정을 수도자의 고행처럼 해냈다.

“추사의 모든 진작들이 실린 것은 아닙니다. 제가 추사 작품들을 다 본 것도 아니고요. 혼돈스런 편년을 바로잡고 정말 확실한 작품들만 간추려 감상과 연구의 잣대를 세웠다는 의미가 있겠지요.”

동안으로 알려진 최 소장의 얼굴은 여전히 해맑았지만, 볼주름이 잡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십여년 강행군한 집필과 교정 작업으로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 그만 욕심부리고 손을 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쉬운 건 추사 생전 연보를 꼼꼼히 만들어놨는데, 평전을 못냈다는 점입니다. 함께 힘써온 제자들이 앞으로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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