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퇴계인문관에서 ‘반동의 시대와 성전쟁’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열렸다.
“소비자로서의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9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퇴계인문관에서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와 성균관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주최로 ‘반동의 시대와 성전쟁’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열렸다. ‘2010년대 페미니즘 출판/독서의 양상과 의미’를 발표한 정고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 연구자(박사과정)는 “지난해 페미니즘 도서의 활발한 출간과 베스트셀러화는 ‘메르스갤러리 사태’ ‘강남역 살인사건’ 등 페미니즘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면서 “특히 출판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민국 넷페미史>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등은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출간된 책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벌어진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 이후 온라인에서의 ‘함께 책 읽기’와 각종 여성단체에 후원금과 기부금이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정 연구자는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돈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입금의 연대’가 페미니즘 운동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대중의 결집력과 연대의 표시를 넘어 ‘독서 이후’에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로서 여성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게임 산업에서는 성적 대상화, 성차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여성운동에서 소비의 전략적 의미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지난해 ‘메갈리아 성우’ 논란을 일으킨 넥슨 사옥 앞에서 여성들이 시위를 하고, 넥슨 게임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지만 파장이 크지 않았다. 이날 ‘게임 내 여성 캐릭터 다시보기’를 발표한 조아라 성균관대 비교문화 연구자(박사과정)는 “게임산업에서는 여성을 소비자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게임 속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여전히 성적 대상화, 성 상품화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오버워치’ ‘서든어택2’ ‘데스티니 차일드’ 등의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의 복장과 신체 표현 방식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조 연구자는 “여성 캐릭터의 비현실적인 과장된 가슴은 강력한 비난 대상이 되지만 그런 가슴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는 비난의 정도만큼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면서 “더 넓고 복잡한 방식으로 게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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