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수상 통보를 받은 순간 손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얼떨떨하고 기뻤죠. 평소 존경하는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주로 탔던 상이거든요. .”
지난 12일 서울 신사동의 레스토랑 ‘톡톡’(TOCTOC)에서 만난 주인 겸 요리사 김대천(37·사진)씨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전날,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이 주최하는 ‘밀레 주목해야 할 레스토랑’에 톡톡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5회째인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은 아시아의 미식가·음식 전문기자·요리사·식당 경영자 등을 망라한 300여명의 투표로 선정한다. 톡톡이 받은 ‘밀레…’는 딱 한 곳만 뽑는 신인상이다.
김씨 최근 내놓은 신개념 미식 메뉴 ‘톡크노미’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톡크노미는 그가 톡톡과 ‘미식’을 뜻하는 영단어 ‘가스트로노미’(gastronomy)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수경재배한 신선한 채소, 경남 함양에서 양식한 ‘지리산 캐비어’, 나무상자에서 숙성시킨 제철 생선 등 그만의 색다른 재료를 쓴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조리법과 식재료 같은 친절한 설명은 없다. “한국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식을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이 이유다. “메뉴는 2주마다 바뀌는데, 제 비밀스러운 주방을 상상하며 즐기시라고 일부러 자세히 적지 않아요.” 워낙에도 제철 식재료에 섬세한 프렌치 조리기법을 접목하고, 일식과 한식 등 아시아적 풍미도 덧붙여 독창적인 맛을 낸다는 평을 받아온 그가 ‘더 맛있는 욕심’을 부린 것이다.
원래 김씨는 드럼 연주자였다. 좀 더 넓은 음악세계를 펼치고 싶어 24살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뜻밖의 신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선한 생선, 다양한 채소가 넘치는 시장과 식료품점에 반해버렸죠. 장보고 요리하는 일이 정말 즐거웠어요.” 숨겨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드럼 스틱보다 프라이팬과 칼을 잡는 날이 더 많아졌다. 결국 요리를 평생 업으로 선택했다. ‘도쿄 조리사 전문학교’도 졸업했다. “음악과 요리는 공통점이 많아요. 인내가 필요한 직업이죠. 악기를 제대로 다루려면 10년은 걸려요.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