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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웃어보다·버텨보다·해보다…청춘이 그리는 청춘

등록 2016-05-01 20:34수정 2016-05-01 23:05

청춘은 대부분 ‘객관적 기술’이다. “당신과 내가 젊었던 때와 같은 옛 시대는 이젠 없다”는 격언이 있지만, 어른들은 청춘을 추측·상상하거나 그들을 향해 ‘지적질’을 한다. 책 <청춘의 사운드>에서 차우진은 “대중음악이 청춘으로 수렴되는 게 아니라 그것이 힘껏 겨누는 곳이 청춘”이라고 했다. 그걸 마케팅이라고 하든 국가정책이라고 하든 청춘은 언제나 ‘대상’이다.

영화 ‘초인’ 속 도현

알츠하이머 엄마 위해 꿈 포기 고민
그럼에도 밝은 에너지로 상황 버텨

웹툰 ‘청춘극장’

헤어진 애인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현실에선 해보지 못한 일을 ‘맘껏’

밴드 ‘전기뱀장어’

뮤직비디오 각본·감독 모두 스스로
캡틴코리아 등장 “재미있겠지” 깔깔

푸릇푸릇한 초록이 눈부신 날,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있지만 계절을 닮은 젊은 목소리는 없는 계절,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서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초인>은 청춘을 힘들게 살고 있는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가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고등학생 체조 선수로 나온 배우 김정현은 기대주다. 영화는 5월5일 개봉해 미국 초인(<시빌워>)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다음웹툰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만화가 이은재는 다음웹툰에 <청춘극장>을 연재했다. ‘누구나 청춘을 산다’는 말을 내세우면서 특정 나이에 국한되지 않는 청춘을 그렸지만, 취업준비생이나 고등학생 등 이 시대 청춘의 고민이 묻어난다. 그리고 밴드 전기뱀장어는 청춘의 구체성을 소재로 청춘의 조바심을 닮은 빠른 비트를 보여줘 왔다. 오는 4일 신곡 ‘이별 순간’을 미리 공개하는 데 이어 19일 2집 앨범을 발표한다.

■ 팔 하나로 중력을 버텨보다 “감독님과 저의 고민이 같았어요. 도현이는 밝은 성격인데 저는 진지하고 심각한 편이거든요.” 그렇다면 김정현은 관객들을 잘도 속인 셈이다. <초인>의 고등학생 도현은 ‘선천적’인 수준에서 밝은 에너지를 주변에 전한다. 알츠하이머가 많이 진행된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 아버지는 재혼해 다른 여자와 산다. 그래도 도현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속에서 행복하니까, 화가인 아버지가 다시 좋은 웃음을 보이는 것이 좋다.

영화 속 도현과 같이 정현도 열아홉 살 때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이 일 때문에 다른 곳에서 지내는 바람에 작은 자취방에서 밥을 해 먹어야 했다. “매일 먹는 밥도 못해 먹다니, 나 자신이 참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취방에서 연기 입시를 준비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왜 똑같이 대학이 목적인 사람처럼 사는 거지” 하는 물음도 떠올랐다. 군대 있을 때는 아버님의 암 소식을 들었다. 어차피 못 올 것이라며 부모님은 그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는 야위어가는 아버지를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에 힘들었다.

도현은 기계체조 선수다. 이를 연기하기 위해 정현은 2개월간 하루 4시간씩 체조를 했다. 손 안 짚고 뒤로 도는 것도 가능해졌다. 무리하다 팔꿈치를 다치기도 했다. 도현의 그 일을 정현은 이렇게 표현한다. “팔 하나로 중력을 버티는 것.” 아슬아슬한 청춘들은 그렇게 팔 하나로 지구를 버티고 있다. 그런 게 ‘초인’일까.

■ 하고 싶은 것을 하다 <청춘극장>의 ‘청춘’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오버액션맨’의 남자는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여자친구는 절교를 선언했고, 회사 상사는 엄청 쪼아댄다. 그는 창고에 있던 기타를 꺼낸다. 그러고는 여자친구 방문 앞에서 옛날의 노래를 부른다(‘오버액션맨’). 우등생인 아이는 공부가 너무 쉽다. 그런데 엄마가 자랑할 만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교실의 맘에 들지 않는 친구를 따라가보니 복싱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안 됐던 게 없던 아이는 복싱하는 친구도 이겨보겠다며 복싱에 매달린다(‘날아라 병아리’).

은재는 <청춘극장>의 청춘들에게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을 마음껏 시켰다. “어린 시절에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의 지원이 없었는데, 한국에서는 부모님 말 무시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할 순 없잖아요.”

청춘에게 기회는 기다려도 오지 않거나 딱 마지막 순간에 당도하는 것이다. 3년간 다음과 네이버의 신인만화 코너에 만화를 올렸지만 연재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만둔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선언하고 일반 직장에도 이력서를 보내면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다음웹툰공모전에 응모했다. 예비군 훈련을 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대상 이런 거는 전혀 상관없었어요. 예선 통과하면 연재를 하는 거였거든요.”

2014년 다음웹툰공모전 대상 수상작 <1호선>은 종말이 온 세상을 그린다. 집 안에서 감기를 앓다가 밖으로 나가보니 세상은 좀비로 가득 찼다. 주인공은 종말 전 약속을 기억해낸다. 좋아하는 아이 혜정이를 만나러 지하철 1호선을 죽 따라간다. 무턱대고 도전한다는 점에서 <청춘극장>의 청춘들과 비슷하다.

<청춘극장>을 연재하면서 몇 가지를 깨달았다. 매번 작품 배경과 인물을 바꾸어야 하는 단편이 장편보다 더 고되다는 것. 단편 연재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은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줄거리까지 정해진 학원물을 연재할 예정이고, 언젠가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작품을 그리고 싶다. “아직 아무도 안 그렸더라고요.”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빈 캔버스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 청춘은 즐겁다 청춘은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새로운 궁리로 깔깔거린다. 전기뱀장어는 인터뷰 다음날 정규 2집 앨범의 선공개곡 ‘이별 순간’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예정이다. “제작비는 잘해봤자 10만원이거든요.” 인경(보컬·기타)이 예전부터 찍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있었다. 민혁(드럼)이 ‘캡틴 코리아’로 나오는데, 혜지(베이스)가 여자친구다. 혜지가 “히어로 일이나 하려면 그만 만나”라면서 뺨을 때리는 바람에 민혁은 캡틴 코리아를 그만둔다. 그런데 혜지가 블랙터틀(예슬)에 납치되고…, 이런 특촬물이다. “재미는 있지만 볼품은 없을 것 같다.”(인경)

2집 앨범 역시 “너의 송곳니가 좋아, 너가 잘라주는 돈가스가 좋아”(송곳니) “내가 더 괜찮은 놈이었다면 넌 날 좋아했을까”(별똥별) 같은 직설적인 곡들로 가득 차 있다. “3년만 젊었어도”라며 민혁이 드럼으로 쫓아가기 바쁜 빠른 비트의 곡들이다. 하지만 이전 노래가 사랑의 찬란한 순간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앨범의 곡들은 이별도 들여다본다. “곡의 편성도 라이브와 흡사하고 단순했는데 좀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감을 했다.”(인경) 2년 전 “야매, 사파, 스트리트 출신”에 실용음악과 출신의 혜지가 합류한 것도 이들 음악의 진화에 큰 힘이 됐다.

예슬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시절, 배경음악이 ‘청춘’이었다. “너는 그 나이에 청춘 속에 있지 않고 관조하냐.” 예슬 “그거 청춘 안에 있는 노래야.” 이들은 2:2로 나눠서 싸우기 일쑤다. 인경이 “우리 음악은 일기장에 쓸 법한, 소소한 얘기와 잡담이다. 그래서 곡 자체가 우리인 것 같다”고 하면, 예슬이 “곡의 특성상 긴 구조라기보다는 한 장면에 대한 느낌이나 사건의 이미지다. 실제의 나는 뒤죽박죽 살고 있다”고 의견을 낸다. 청춘은 티격태격한다. 부산스런 이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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