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을 앞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정치적 이유로 상영관 대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지난 6일 서울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상영작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제공
한달여 보류끝 “예술의전당 불가”
정치적 성격·편향성 우려 내세워
영화계 표현의 자유 논쟁 커질듯
23일 행사 개최 앞둬 차질 불가피
조직위 “야외상영으로라도 진행”
정치적 성격·편향성 우려 내세워
영화계 표현의 자유 논쟁 커질듯
23일 행사 개최 앞둬 차질 불가피
조직위 “야외상영으로라도 진행”
동아시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제로 출항 예정이던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1회부터 서귀포시 당국의 반대로 흔들리고 있다. 12일 저녁 7시, 서귀포시는 영화제 상영장소로 예정됐던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 불가” 방침을 영화제쪽에 최종 전달했다. 예술의전당 대관과 운영 업무를 담당한 지방자치단체의 갑작스런 불가 통보로 23~26일로 예정된 영화제 진행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부산시에 이어서 제주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영화제 작품 상영에 개입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영화계 표현의 자유와 정부 외압을 둘러싼 논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서귀포시는 영화제쪽에 보낸 ‘결정사항 통보문’에서 “(이번 영화제 상영작들이)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고 편향성 우려가 있어서 공공시설인 예술의전당 대관은 부적절하다”고 이유를 적시했다. 또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을 담당하는 고민희 주무관은 영화제 집행위원회쪽에 “영화제 성격이 다른 영화제와 다르다고 판단해 대관이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예술의전당이 대관을 거부한 것은 지난 2014년 6월 말 개관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15일 대관 신청을 접수한 이후 오래 끌다 한달여만에 불허 결정을 내린데 대해 전당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대관 허가 여부 결정은 행정직인 관장의 전결사항이다. 행사 취지나 목적, 영화 구성 등 다양한 상황들을 검토하다보니 (오래 끌었고)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이 났다”고 해명했다. 홍성우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복원해내고 상생하는 전기를 만들려고 했다”며 “정치색을 배제하자는 게 영화제의 목적이었는데 행정에서 정치적으로 문제 삼았다”고 말한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모다들엉(‘모두 모여’라는 뜻의 제주도 말), 평화’라는 기치를 앞세우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은 한국 평화운동의 상징이 됐다.
그동안 예술의전당 쪽은 강정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제출한 작품 중 등급심사가 진행 중인 7개 작품을 문제 삼으며 승인을 보류해왔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선 7개 작품에 대해 등급 면제 추천서류를 보냈는데도 전당 쪽이 12일 최종 불가 통보방침을 통보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을 1월부터 타진해온 영화제 쪽은 “담당자들로부터 ‘7개 작품이 문제가 아니라 강정마을을 내건 영화제 성격 자체가 문제’라는 발언을 듣기도 했다”며 “이 담당자는 ‘영화제 자체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행사이고, 이에 따라 대관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견이 있어서 대관 승인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황진미 프로그래머는 “대부분 이미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을 두고 정치색을 문제삼는 것은 부산시가 <다이빙벨>을 이유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압하기 시작했던 사태를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등급판정이 진행 중이었던 7개 작품 중에서 깐느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상영된 중국 마카오 영화 <소설무용>외에는 모두 국내영화제 등에서 이미 선보인 영화들이다.
서귀포시에는 상업영화관이 한 곳밖에 없다. 홍성우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졌으면서도 관 주도의 행사만 주로 해왔던 서귀포예술의전당의 운영 폐단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하다”며 “예술의전당이 막혔지만 강정마을에서 야외상영으로라도 영화제를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선 10개국 3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강정 마을회관 등을 중심으로 열릴 영화제에선 <울보권투부>의 재일교포 감독 이일하, <다섯대의 부서진 카메라>의 감독 기 다비디, <지속되는 꿈>의 콤 레데세르 감독, <소설무용>의 장건문 감독 등 22명의 해외 게스트도 참여할 예정이다.
구둘래 기자,제주/허호준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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