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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세상살이, 재밌어서 쉽게 느껴지네예”

등록 2016-04-06 19:00수정 2016-04-15 16:45

김일두. 사진 구둘래 기자
김일두. 사진 구둘래 기자
싱어송라이터 김일두 인터뷰

노래만 하기엔 어려운 현실
철거 등 30가지 일 전전한 이야기
‘구직콘서트’서 풀어내 앙코르 세례
정규앨범 ‘라이프 이즈 이지’ 발표
“곤궁해도, 좋아하는 거 보며 살것”
부산 남자의 재발견이었다. 이런 노래를 불렀을 때. “당신이 이혼녀라 할지라도 난 좋아요. 가진 게 에이즈뿐이라도 문제없어요.” 자신도 바꾸겠단다. “당신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담배뿐 아니라 록앤롤도 끊겠어요. 15번 버스 타고 특수용접 학원에도 지하철 타고 대학입시 학원에도 다닐 거예요.”(‘문제없어요’ 가사) 하지만 김일두는 그 시절의 자신에 코웃음 친다.

“당시에는 억지스러웠어요. 가부좌를 틀고 앉았겠죠?” 10년 전인 서른 살 그때에 ‘쉽다’ 말한 건 허세였다. 바뀐 것은 줄창 놀면서다. 지난해 어느날 철거 일을 20일 하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오전 10시30분 ‘토꼈다’. 놀면서 얼굴 익혀놓은 카페 주인장의 지인인 윤선중의 집에 자주 갔다. 늦깎이 대학생 윤선중의 집은 부산 산복도로에 있었다. 2층이 지면과 이어진 비탈집은 원래 ‘무인카페’였다. 사람들은 많이 놀러왔다. 모여서는 닭을 시켜 맥주랑 먹거나 기타를 치고 듣고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잘 놀았다.

윤선중이 전세를 만료하고 떠나는 3~4일 전, 서울에서 녹음하는 친구를 불렀다. 마을버스가 안 다니는 밤을 기다렸지만 폭주족들은 산복도로를 질주했다. 자정부터 택시 할증 풀리는 4시까지 꼬박 녹음을 했다. 평소 오던 사람들도 그대로 들락거렸다. “노래를 부르다 눈을 떴더니 윤선중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너의 스타일’은 즉흥으로 불렀다. 릴이 다 되는대로 녹음하고는 끝냈다. 노래는 “내 기도하네 누구…”에서 끊어져버리고 만다. 그 뒤에 연속되어야 할 가사는 제목에 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

그렇게 해서 1년도 채 안 돼 지난 2월 나온 정규앨범이 <라이프 이즈 이지>다. “우리는 강을 돌아다니고 해변을 돌아다녔지. 우리는 좋은 추억을 쌓았어. 우리는 서로를 위해 기도했어. 아니 아니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라이프 이즈 이지. 어렵게 이야기하지 말아요.”(‘라이프 이즈 이지’, 영어 가사를 우리말로 옮겼음)

“세상 사는 거 어렵지예. 당연히. 모여서 놀고 얘기 나누면서는 사는 게 이렇게 쉬운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어서 쉽게 느껴지는 듯해요. 그렇게 생각이 들자 좋은 게 너무 많더라고요.” 살도 4㎏쯤 빠졌다. “사람들이 안 보이던 턱선이 보인다고 해요.”

윤선중은 그런다. “형 만나고 나서 많이 재밌어졌다. 주위에 재밌는 일들이 많아졌다.” 김일두는 말 안 통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와도 우정을 쌓는다. 이번에는 ‘디보나’라는 패거리다. 4일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있었던 ‘김일두의 뮤직 앤 구직 ‘일’’ 콘서트는 그의 주위로 모인 사람들이 만든 공연이다.

어떻게 모였는지 딱히 모르겠는, 신부님도 있고 재단 이사장도 있고 회사원도 있는 모임이 ‘봉사’한다는 뜻으로 ‘디보나’(‘디봉’이라 지었다가 어감 때문에 고쳤다고 한다)라 이름 붙이고는 벌인 첫 번째 일이다. 삼성자동차 협력업체부터 헬로키티 용품점을 거쳐 지난해는 철거일, 지금 하고 있는 인테리어 ‘잡일’까지 그는 30가지의 일을 전전해왔다. 이번 무대는 그가 일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일을 찾고, 개그맨 전유성이 ‘창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동료가수 김목인이 게스트로 나와 ‘앵콜’까지 도맡는 세상 유례 없는 콘서트였다. ‘구직 콘서트’는 이후에도 조금 더 작은 공간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콘서트 하려고 부산에서 하던 일을 이틀 쉬고 올라왔다. ‘구직의 거장, 취직의 유망주’로서 콘서트장에 선 그는 말했다. “일이 참 재밌습니다. 지금도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6월30일까지 최선을 다해서 토끼지 않겠습니다.” 인생이 쉬워지니 이제 어렵게 살아보련다. “하나하나 꼼꼼히 생각하고 유심히 보고 살 생각입니다. 곤궁하게 살아도 좋아하는 것을 차근차근히 보면서 살 생각입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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