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사진관
한겨울이다. 수십년 만의 추위로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겨울이 춥지 않아 내년 봄 농사가 걱정된다는 말이 빌미가 되었는지 보란 듯이 폭설과 강풍까지 더해 동토가 되었다. 산도 얼고 강도 얼고 바다도 얼었다. 겨울의 한가운데이다. 사람의 마음도 얼었다.
얼어도 얼지 않는 것이 있다. 아니 녹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루터기이다. 지난가을 추수 뒤에 남은 그루터기는 아직 그 뿌리를 땅속 깊이 박고 있다. 생명도 없고 존재도 없는 잊힌 그루터기가 땅의 온기를 모아 두터운 눈을 녹인다. 아직 죽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눈 속 매화도, 얼음 속 복수초도 아니기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그루터기는 한 뼘 구멍을 만들어 하늘을 보며 새봄을 꿈꾼다.
얼어붙은 세상에서 마음 녹여 줄 그루터기가 그립다.
글·사진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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