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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2016년 미리 본 문화코드 6가지

등록 2015-12-31 19:27수정 2016-01-03 15:05

2016 미리 본 문화코드
2016 미리 본 문화코드
새해에 새로 태어날 작품들은 아마도 2015년이 품었다가 낳은 자식들일 것이다. 2016년을 위한 예언은 지난해 가장 격렬했던 논쟁과 활력있던 지점에서 찾았다. ‘성역할 뒤집기’ ‘세상만사의 게임화’ ‘기억투쟁’ 등은 2015년을 이어 문화뿐 아니라 삶 곳곳에서도 게릴라처럼 나타날 것이다. 반려동물과 크루, 복고 경향은 올 한해를 서바이벌 해야 할 당신을 위한 친구다.

#전복적 젠더
#전복적 젠더

기존 남녀 성역할 허문
제2의 ‘갓숙’ 등장 기대

■ 전복적 젠더

김숙은 ‘갓숙’으로 통한다.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사진·제이티비시)에서 김숙은 윤정수를 향해 이런 잔소리를 퍼붓는다. “집안에 남자 잘 들여야 한다더니….” “원래 병들고 늙고 그러면 남편 집에 들어오는 거 아냐.” 사상 초유의 ‘미러링’(남자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여자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이 입은 세일러복과 반바지는 군무를 추는 보이그룹이 선택한 의외의 복장이었다. 의외의 선택에 의외의 반응이 잇따랐다. ‘중성’적인 이미지에 남녀 모두 격하게 반응했다. 포미닛 전지윤의 강한 개성은 <언프리티 랩스타2>(엠넷)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초밥 쏜다” “저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요” 같은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걸크러시’(여성의 여성을 향한 호감)를 이끌었다. 2016년 기존의 남녀 성역할을 허문 ‘중성적’ 혹은 ‘전복적’ 젠더에 당신은 가슴 한켠을 공격받을 것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오 마이 애니멀
#오 마이 애니멀

‘취향저격’의 최전선엔
여전히 반려동물 있다

■ 오 마이 애니멀

2015년 12월 종방된 티브이엔 <풍선껌>에서 오세영(김정난)은 반려견을 애지중지 키운다. 엠비시 에브리원 <상상고양이>는 고양이를 매개로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멜로물이다. 아기와 동물은 미녀와 함께 3B로 불리는 ‘본능적으로 눈을 끄는 아이콘’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의 베이비물에 비해서 동물 예능은 적다. 실패도 있었다. 2015년 초 문화방송 <일밤>의 1부 ‘애니멀즈’는 악재가 겹치면서 3개월 만에 폐지되었다. 그러나 ‘취향의 시대’, 여전히 ‘취향 저격’의 최전선에 반려동물이 있다. <동물농장>(에스비에스)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하드케어 버라이어티’ <마리와 나>(사진·제이티비시)에서 강호동은 고양이, 심형탁은 돼지, 서인국은 라쿤을 기른다.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1월21일 개봉 예정)은 10년 동안 기른 반려견 도로시와 산책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구둘래 기자


#크루의 시대
#크루의 시대

힙합만 크루?
예술창작 ‘뭉치면 산다’

■ 크루의 시대

“만약 내가 배우를 못 하게 된다고 해도 그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는 있겠죠.” 배우 유아인이 자신의 예술가 친구들과 만든 창작집단 스튜디오 콘크리트에 대해 한 말이다. 힙합을 위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크루라고 하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창작자들이 크루처럼 뭉치는 것이 유행이다. 디자이너, 사진가, 음악가들의 모임인 ‘별’은 함께 음반도 디자인하고 전시공간도 설계한다. 오멸 감독은 제주 토종 창작집단인 자파리연구소를 근거로 <지슬> <어이그 저 귓것> 등의 독창적 영화를 만들어냈다. <후장사실주의>라는 문예지를 낸 젊은 문인·편집자 8인은 다양한 글쓰기를 실험중이다. 개그에선 쿠쿠크루(사진)나 고탱, 뷰티 쪽엔 소속사 엠씨엔에서 활약하는 유튜브 출연자들이 크루처럼 활동한다.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혼자보단 집단의 힘이 세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문화의 게임화
#문화의 게임화

늘어나는 게임형식 콘텐츠
게임 원작 영화도 쏟아져

■ 문화의 게임화

유튜브의 한 진행자는 160kg 거대 얼음을 감자칼로 깎아 빙수 만들기(사진)에 나섰다. 크리스피 도넛 신제품 33개를 먹어치우는 도전에 나선 사람도 있다. 단순한 먹방만으론 안 된다. 너도나도 어려운 과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게임 형식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1인 콘텐츠가 번성하면서 삶의 게임화라고 했던 현상이 창작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또 2016년엔 <크로스파이어>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 게임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진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레지던트 이블6>도 한국 배우 이준기를 캐스팅해 제작에 들어갔다. 인기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기본 1억명이 넘는 게임 유저들을 관객으로 불러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컸을 것이며 게이머 세대들에겐 게임의 서사구조가 가장 친숙하다는 사정도 있다. 충돌-영웅 등장-화합으로 이어지는 게임의 문법은 다른 장르로 옮아가고 있다.

남은주 기자


#30대의 복고
#30대의 복고

비가 어느새 서른넷
30대는 추억을 준비중

■ 30대의 복고

7인조 보이밴드 클릭비(사진)는 2015년 10월 앨범 <리본>을 내고 ‘완전체’로 돌아왔다. 서울 콘서트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되었다. 1999년 데뷔해 13년 만에 재결성되어 돌아온 이들의 나이는 대부분 33살이다. 젊은 그들이 ‘컴백’이란 이름으로 돌아온다. 비는 12월의 콘서트에서 올 3~4월 새 앨범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일본 데뷔 10주년 라이브 투어를 마무리한 세븐도 올해 상반기 중 앨범을 낸다. 연예병사로 군 복무를 한 두 젊은 남자는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병역특례 논란을 겪은 엠씨몽도 상반기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신화의 신혜성은 1월12일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비는 2002년, 세븐은 2003년 데뷔했으며 엠씨몽은 2004년 개인 음반을 발표했다. 비의 나이 34살, 세븐은 32살, 엠씨몽은 37살, 신혜성도 37살이다. 이들의 데뷔 시절 열광했던 지금의 30대도 이미 추억을 준비 중이다.

구둘래 기자


#기억투쟁
#기억투쟁

민간인 학살·세월호…
기억 둘러싼 싸움의 진화

■ 기억투쟁

서울시 구로구의 ‘한적한’ 주택가에는 12월 엄동설한에도 ‘천안함 용사들을 기억하다’는 자유총연맹 펼침막이 붙어 있다. 2015년 4월 잠시 등장했다 사라졌던,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펼침막의 바로 옆자리다. 2016년에는 삶의 현장에서 기억을 둘러싼 투쟁이 뜨거워질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미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지 않았나. 또 하나의 치열한 ‘전선’인 문화계에서도 기억을 둘러싼 싸움은 계속되고 진화할 것이다. 세월호 문제만 해도, 2015년엔 유가족의 아픔과 함께하는 공연 등과 함께 사고 현장과 이를 수습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책과 미술, 영화 등이 이어졌다. 2016년에는 ‘무엇을 기억하느냐’에 대한 싸움과 함께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12월30일부터 서울 용산동 공간해방에서는 민간인 학살 등 국가 폭력의 실체를 들춰내는 ‘기억투쟁’이라는 이름의 오석근 개인전(사진)이 열리고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오석근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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