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눈 밝혀줄 눈높이 역사 길잡이”
“청소년 눈 밝혀줄 눈높이 역사 길잡이로”
“아이들이 배우는 세계사가 서유럽 아니면 중국 중심이라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청소년들이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다양하게 읽을 만한 역사책들이 없기 때문이겠죠. 아이들의 눈을 넓혀줄만한 역사책 한권을 꼭 써보자며 모여 이렇게 3년 내내 온갖 자료들을 뒤지고 토론하고 서로 비평하며 만든 게 이 책이죠.”
동서 문명 교류의 세계사를 다룬 <비단길에서 만난 세계사>(창비 펴냄)의 지은이인 ‘아줌마 3총사’ 정은주(43·사진 가운데)·박미란(41·왼쪽)·백금희(39)씨는 19일 “중앙·서아시아를 변방의 역사로 보는 건 서유럽과 중국이 만들어낸 잘못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강자의 역사’가 아니라 ‘관계의 역사’를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비단길에 관한 학술 연구를 청소년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쓴 책 한 권을 짓는 데 이들이 들인 노력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매일 밤 9~10시부터는 내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아이들한테도 ‘이제 엄마의 영업 시간은 끝났다’고 말해주고는 새벽까지 공부와 글쓰기에 매달렸어요. 집 안에 ‘내 책상’이 있다는 건 중요했어요.” 각자 초등학생 자녀를 둘씩 둔 저자들은 “아줌마들이 썼다는 점만 흥미롭게 여기고 책 내용은 낮춰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쉽지만 더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며 “무려 10여 차례나 원고를 다시 쓰고 다듬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1주일에 한두번씩 만나 서로 힘을 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공부를 계속해왔다.
비단길 여행서들이 쏟아지는 요즘에 풍부한 문헌자료와 지도·그림자료들을 담은 비단길 역사책이 쓰여질 수 있었던 건 이런 세 여자의 오기와 끈기 덕분이었다. 비단은 물론이고 향료, 도자기, 설탕, 유리, 커피, 담배 등 갖가지 물품들의 교류역사도 촘촘히 정리됐다. “우리 역사 속에도 비단길은 중요한 일부분이었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몽골족을 거쳐 메소포타미아에서 건너온 소주(아락주) 문화를 비롯해 ‘비단길의 흔적들’은 생각보다 꽤나 많다.
“어린이책과 어른책 사이에 끼어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청소년용 인문 교양서가 거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전문지식과 청소년을 이어주어 편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다양한 청소년 도서의 전문 저술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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