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귀한 정신의 웰빙 전파하겠다” 인문잡지 발행인 박경주씨
“돈보다 귀한 정신의 웰빙 전파하겠다”
“요즘 사람들 웰빙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유기농 야채다, 친환경 아파트다 몸의 웰빙만 말하지 정작 중요한 정신의 웰빙엔 무관심한 것 같아요. 한숨 돌릴 여유 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 영혼을 살찌우는 지적 헬스클럽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던 박경주(48)씨가 올해부터 잡지 발행인으로 변신해 인문학 교양잡지 <안티쿠스>를 내게 된 이유이자 포부다. 박씨는 대학 졸업 뒤 20여년을 전업주부로 지냈다. 여느 엄마처럼 딸, 아들 대학입시에 목을 맨 ‘극성 엄마’였던 그는 딸,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유선언’을 했다. 그런데 친구들과 찜질방도 가고 이것저것 배우러 다녀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 맞춰가느라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았어요. 먼 훗날 내 아이들에게 방향을 잃고 표류하지 않도록 인도해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주변 만류 이기고 창간한 <안티쿠스>
4호째 1천부 넘게 팔리는 호응
“적자지만 제대로 만들 터” 그는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신화와 고전, 문학 등 인문학에서 보았다. “수만 년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 그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원형이 고대에 있어요. 인간 정신에 윤택함을 회복시키는 길을 고대인의 지혜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40대 중반의 전업주부는 그렇게 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출판기획, 그것도 출판에서도 가장 장사가 안 된다는 인문학 잡지에 도전했다. 주변 사람들이 백이면 백 고개를 저으며 말렸지만, 박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실패해도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남이 안하는 잡지를 할 바에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작정했다. 반년을 준비한 뒤 창간호를 냈고, 가격도 저렴하게 3천원으로 매겼다. 다행히 좋은 호응을 얻으면서 격월간으로 4호 째까지 이어가고 있고, 매호 1천부 이상 팔리고 있다. 보통 인문학 단행본들이 500부 정도 팔리는데 견줘보면 상당한 실적이다. 하지만 수익성 낮은 인문학 잡지를 싸게 팔다보니 적자는 피할 수 없는 일. 1년도 안 돼 적자가 1억여원에 이른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인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남편이 운영하는 모기업 타라티피에스에서 지원을 받아 한 3년 정도 투자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박씨의 잡지 철학은 분명하다. 일단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교수인 필자들에게 “아줌마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원고에서 토씨 하나도 고치지 말라던 교수들도 점차 박씨의 말에 수긍하고 있다. 이제는 “박 대표, 이번엔 이런 방법으로 써보는 게 어떨까”라고 먼저 물어오는 필자도 생겼다고 한다. 잡지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박씨는 ‘인문학 전도사’를 자임한다. 경영자 모임에 나갈 때마다 “폭탄주나 마시지 말고 박물관에도 가고 미술 전시회도 가보라”고 권한다. 말로만 직원들에게 ‘감성경영’을 부르짖을 게 아니라 경영자 스스로가 직접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찬가지로 엄마들에게도 역시 “아이들에게 피아노니 미술이니 학원만 가라고 하지 말고 엄마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충고한다. 엄마들이 교양을 갖춰 아이들을 가르쳐야 사회 전체의 문화적 소양이 저절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4호째 1천부 넘게 팔리는 호응
“적자지만 제대로 만들 터” 그는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신화와 고전, 문학 등 인문학에서 보았다. “수만 년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 그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원형이 고대에 있어요. 인간 정신에 윤택함을 회복시키는 길을 고대인의 지혜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40대 중반의 전업주부는 그렇게 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출판기획, 그것도 출판에서도 가장 장사가 안 된다는 인문학 잡지에 도전했다. 주변 사람들이 백이면 백 고개를 저으며 말렸지만, 박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실패해도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남이 안하는 잡지를 할 바에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작정했다. 반년을 준비한 뒤 창간호를 냈고, 가격도 저렴하게 3천원으로 매겼다. 다행히 좋은 호응을 얻으면서 격월간으로 4호 째까지 이어가고 있고, 매호 1천부 이상 팔리고 있다. 보통 인문학 단행본들이 500부 정도 팔리는데 견줘보면 상당한 실적이다. 하지만 수익성 낮은 인문학 잡지를 싸게 팔다보니 적자는 피할 수 없는 일. 1년도 안 돼 적자가 1억여원에 이른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인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남편이 운영하는 모기업 타라티피에스에서 지원을 받아 한 3년 정도 투자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박씨의 잡지 철학은 분명하다. 일단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교수인 필자들에게 “아줌마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원고에서 토씨 하나도 고치지 말라던 교수들도 점차 박씨의 말에 수긍하고 있다. 이제는 “박 대표, 이번엔 이런 방법으로 써보는 게 어떨까”라고 먼저 물어오는 필자도 생겼다고 한다. 잡지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박씨는 ‘인문학 전도사’를 자임한다. 경영자 모임에 나갈 때마다 “폭탄주나 마시지 말고 박물관에도 가고 미술 전시회도 가보라”고 권한다. 말로만 직원들에게 ‘감성경영’을 부르짖을 게 아니라 경영자 스스로가 직접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찬가지로 엄마들에게도 역시 “아이들에게 피아노니 미술이니 학원만 가라고 하지 말고 엄마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충고한다. 엄마들이 교양을 갖춰 아이들을 가르쳐야 사회 전체의 문화적 소양이 저절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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