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시럽에 카스텔라를 튀겨낸 카스도스
음식 다큐멘터리 ’요리인류’ 전문가 시사회
설탕시럽에 카스텔라를 튀겨낸 ‘카스도스’
역사 순환 따라 사라져가는 ‘위기의 레시피’
설탕시럽에 카스텔라를 튀겨낸 ‘카스도스’
역사 순환 따라 사라져가는 ‘위기의 레시피’
“옛날 음식인데 센세이션하다. 설탕시럽에 카스텔라를 튀겨낸다는 생각이나 당시로서는 비싼 식재료였을 달걀을 많이 넣은 것도 놀랍다.” 프렌치레스토랑 ‘줄라이’의 오세득 셰프가 맛보고 칭찬한 음식은 카스도스다. 카스도스를 직접 만든 이는 <한국방송>의 이욱정 PD. 그는 2009년에 <누들 로드>로 스타 PD의 반열에 올랐다. 스타 PD가 스타 셰프를 초청해 감히(?) 요리 솜씨를 자랑한다. 오세득 셰프는 “그냥 보기 아깝다”고 웃는다. 주로 방송에서 자신의 요리를 지켜보고 맛보는 이는 PD였다.
이욱정 PD는 지난 24일 오세득 셰프 이외에도 여러 명을 서교동에 위치한 한국방송의 쿠킹스튜디오에서 초청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로 유명해진 요리사 박준우씨, 블로그 ‘미식의 별’ 운영자 안병숙씨를 포함한 음식 분야 파워블로거 5명 등이 차례로 도착했다. 26일 첫 방송을 타는 다큐멘터리 <요리 인류>를 소개하려는 취지다.
스튜디오에는 티저 영상이 흐르기 시작한다. 달걀 노른자가 뚝뚝 떨어지고, 지글지글 기름 튀는 소리가 귀에 감긴다. 카스도스 제작과정이다. 카스도스는 16~17세기 일본의 영주들 등에게만 진상된 고급 과자다. 서민들은 그 존재조차 몰랐다. 긴 칼로 자르고 달걀 노른자를 짜는 장인의 손놀림이 놀라울 만큼 섬세하다. “요리하는 인간의 동작에 공을 들여 촬영했다. 그 모습은 예술적이고, 아름답다. 인간이 요리를 하면서부터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욱정 PD가 말하는 연출 의도다.
별만큼 많은 음식들이 역사의 순환 고리를 따라 탄생했다가 사라졌다. 카스도스도 기억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음식이다.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현재 포르투갈의 음식문화에 카스도스는 없다. 일본화된 서양요리인 카스도스는 일본 나가사키현 히라도시에서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500여년 역사를 가진 빵집 ‘코게츠도 노포’, ‘츠타야’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레시피는 응축된 인류의 지혜이자 집단의 기억이다. 그 기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 사라지면 요리도 없어진다. <요리 인류>는 사라져가는 레시피의 기록물이기도 하다.” <요리 인류>는 빵, 고기, 향신료 등을 주제로 요리하는 인류에 관한 긴 여정을 담은 8부작이다.
색부터 화려한 카스도스는 금세 미식 블로거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식탁에서 일어나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소곤소곤 평이 이어졌다. 블로그 ‘다인의 편의점 이것저것’을 운영하는 채다인씨는 “카스도스는 계란 비린내가 좀 나지만 계란의 고소한 맛이 좋고, 셔벗과 같이 먹으니깐 깔끔하다”고 평하면서 “음식 프로라고 하면 주로 맛집을 소개하는 게 많은데 <요리 인류>는 문화적으로 접근한 게 재미있을 거 같다”고 말하면서 웃는다. ‘샘표 장프로젝트’ 컨설턴트인 김혜준씨는 “달걀 비린내는 강하지만 폭신하고 촉촉한 식감은 장점이고, 레몬과 잘 어울린다”면서 “남은 식빵이나 카스텔라의 재활용법으로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빵은 인류의 삶을 바꾼, 세상을 바꾼 음식이다. 특히 서양에서 밀가루로 만든 빵은 주식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욱정 PD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영상은 로마 귀족이 빵을 지배수단으로 활용한 장면으로 넘어갔다.
이욱정 PD가 알려주는 카스도스 요리법
재료: 카스텔라 1개, 달걀노른자 6개, 설탕 200g, 레몬 1개, 시럽(설탕 200g, 물 200g)
만들기: 1. 카스텔라를 먹기 좋게 적당히 자른다. 2. 달걀노른자를 그릇에 넣고 잘 푼다. 3. 시럽 재료들을 섞어 불에 녹인다. 4. 2에 1을 넣어 옷을 입힌다. 5. 3에 4의 카스텔라를 넣어 튀기듯 익힌다. 6. 카스텔라를 시럽에 건져내 설탕을 고루 묻힌다. 설탕을 묻히기 전에 레몬을 뿌리면 달걀 비린내가 덜 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mh@hani.co.kr, 사진 제공 이욱정 PD
카스도스를 만드는 요리사
색부터 화려한 카스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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