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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디어 전망대] 신문, 사진을 버리지 말라 / 황용석

등록 2014-01-16 20:08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Bing)의 첫 화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구글이 검색창에 집중하게 만드는 단순한 디자인이라면, 빙은 전문 사진작가들 작품을 페이지 배경으로 매일 새롭게 배치하고 이미지 검색을 전면에 내세운다. 빙은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망 기법의 이미지 검색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 이미지 검색은 사진에 붙은 텍스트를 통해 결과를 분류했지만, 지금은 이미지 자체를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한다. 누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석양 사진을 찍어 올렸다면, 메시지가 올라온 지역 정보와 석양 사진의 패턴을 인식해서 ‘○○지역 석양’을 추출해낸다.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와 강아지도 구분해내고, 이미지만으로 화난 고양이 얼굴도 찾아낼 수 있다.

검색 서비스가 이미지에 주력하는 이유는 온라인의 많은 소통이 사진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핀스파이어 등 잘나간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의 핵심 경쟁력은 사진 공유 기법에 있다. 사진 공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 개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트렌드와 다르게, 경영적 어려움을 겪는 신문사들은 오히려 사진을 등지고 있어 안타깝다. 많은 온·오프라인 신문에서 프로페셔널한 보도 사진이 사라지고 누구나 찍을 법한 대중 사진으로 채워지고 있다. 신문사들이 전문 사진기자 수를 점점 줄이는 것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력 일간지인 <시카고 선 타임스>가 지난해 6월 정규직 사진기자 28명을 전원 해고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198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존 화이트도 포함됐다. 이 신문은 해고 배경으로 급격한 독자 감소와 경영 위기, 높아진 비디오 콘텐츠 비중, 아이폰 같은 손쉬운 촬영 기기 보급 등을 들었다. 이후 이 신문은 프리랜서 사진기자를 활용하고 취재기자들에게 스마트폰 같은 간편한 촬영 도구를 활용하도록 했다. <시엔엔>(CNN)도 2011년 50명의 사진기자를 해고한 바 있다. <시엔엔>은 디지털 기술, 시민기자의 콘텐츠 제공 등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사실 디지털 환경에서 언론사 직능과 조직을 통합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진행됐기에 새로운 이야기만도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 효용성 추구가 ‘언론의 탈숙련화’를 가속화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시카고 선 타임스>와 경쟁지인 <시카고 트리뷴>의 홈페이지를 비교해 보면 그 이유가 한층 명확해진다. 사진 질이 현격히 차이나고 그에 따라 매체에 주목하게 하는 힘도 다르다. 한마디로 <시카고 선 타임스>는 초라하고 값싸 보인다. 사진기자가 없거나 프리랜서 체제로 대체한 국내 신문사들도 늘고 있는데 지면이 초라하기는 매한가지다.

고급지와 대중지를 구분짓는 분명한 특징의 하나는 사진이다. <뉴욕 타임스> 1면 사진은 매일매일 그 자체만으로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이 신문은 최근 로마 교황청 개혁을 다룬 기사를 냈는데, 창가에 선 교황이 실루엣으로 비친 모습이 기사의 맥락을 이해하게 만들고 눈길을 오랫동안 머물게 했다. 오려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해 11월 이 신문은 유방암에 걸린 여성의 가슴 사진을 1면에 크게 게재해 언론계에 충격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미지 중심의 소통 시대에 감동과 충격을 주고, 기사를 이해시키며, 때로는 오려두고 싶은 사진이 우리 신문들에서 줄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마트폰으로 채워지지 않는 보도 사진의 미학이 아쉽다. 디지털로 인한 통합의 결과가 기자의 탈숙련화가 아닌 전문화로 나타나길 바란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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