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근아(44)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천근아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
아이들 치료하는 데 호기심 자극
‘소셜픽션 콘퍼런스’ 자발적 참여
“청소년 문제는 사회이슈 맞닿아
상상력과 창의력 넘치는 사회는
상처입은 아이들 생길 틈 없죠”
아이들 치료하는 데 호기심 자극
‘소셜픽션 콘퍼런스’ 자발적 참여
“청소년 문제는 사회이슈 맞닿아
상상력과 창의력 넘치는 사회는
상처입은 아이들 생길 틈 없죠”
“참신함에 반했어요.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린이대공원’을 새롭게 꾸며 보겠다는 창의성도 좋았고요.”
천근아(44)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30일 오후 서울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리는 ‘소셜 픽션 콘퍼런스@어린이대공원’에 참여하는 이유를 지난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콘퍼런스는 올해로 40돌을 맞은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30년 뒤 모습을 100명의 참여자들이 ‘열린 방식 토론’을 통해 자유롭게 그려보자는 비영리프로젝트. 공공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관의 주최나 후원 없이 ‘독자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드문 자리다. 천 교수를 비롯해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 서명숙 제주올레 창안자,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발표자’가 아니라 신청한 시민들과 똑같은 토론자 자격으로 참여한다. 경제평론가 이원재(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씨가, ‘공상과학소설처럼 염원하는 미래사회를 시민들의 상상으로 써보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의 ‘소셜픽션’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했다.
성사 과정도 흥미롭다. 지난 8월 이씨의 제안에 호응한 전문가 17명이 다시 불특정 시민들에게 이 콘퍼런스를 알렸고 이후 문화 콘텐츠 모금 사이트에 등록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자금을 모았다. 20여일 만에 212명이 원래 목표액 300만원을 훌쩍 넘는 888만원을 모았다고 한다. 미리 정해진 세션 내용도 없이, 모든 참석자들이 당일 즉석에서 각자 내용을 제안한 뒤 몇가지 주제로 묶어 토론을 벌이게 된다. 이들은 포토에세이 형태의 자료집도 발간할 예정이다.
“주어진 프레임 없이 상상만으로 콘퍼런스를 한다는 게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나요?”
천 교수는 “유쾌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경직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아정신과 교수라고 교육계 자문 요청이 올 때가 많아요. 그런데 사실 청소년 문제는 사회적 이슈와 닿아 있죠. 배려가 없는 문화, 경직된 사회풍토, 패거리 문화 등이 바뀌지 않으면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는 “의료인이라는 한정된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의 종사자들과도 자주 교류한다”며 “이런 교류가 부모들과 상담하고 아이들을 진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동만화 <마인드스쿨>(고릴라박스 펴냄) 시리즈 기획에도 참여했다. 학습만화가 범람하는 아동출판물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인성’을 다룬 만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데는 인성이 중요해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린 시절에 인성을 함양할 기회가 별로 없죠.”
어린이가 가정과 학교에서 실제 겪는 문제와 고민을 생생하게 담은 이 만화엔 천 교수의 경험담도 녹아 있다. “자신감을 다룬 1권은 내성적이고 소심하기까지 했던 어린 시절 제 얘기예요. 조용한 성격도 너의 장점이라고 부모님이 많이 얘기해줘 자신감을 얻었어요.”
천 교수는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부모의 대응이 조금만 달라지면 굳이 병원까지 안 와도 되는 아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네가 얼마나 훌륭한지 몰라서 미안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란 것도 알아’라는 말만 해줘도 된다”는 것이다. 중학교 1, 2학년 아들의 엄마인 그는 “나도 아이 키우기가 어려워 울기도 많이 울었다. 너무 다른 두 아이를 키우며 기질에 맞는 맞춤식 양육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08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의학자’에 꼽혔던 천 교수는 최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소아정신 질환의 신경생물학적 병인론’ 연구를 인정받아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천근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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