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오직 마니아의 열정으로…명품의 소리를 되살리다

등록 2013-11-14 19:38수정 2013-11-15 09:03

웨스턴일렉트릭의 명기 스피커인 16A(1930년 발표)를 성공적으로 복각한 예병수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인현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든 거대한 스피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웨스턴일렉트릭의 명기 스피커인 16A(1930년 발표)를 성공적으로 복각한 예병수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인현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든 거대한 스피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빈티지스피커 복각한 예병수씨

마니아들 탐내는 1930년대 스피커
원형 근접하게 복원해 미국 수출
원제품값 10%수준…이윤도 안붙여
20년동안 취미로 오디오 제작작업
“최초 설계자 유족 만나보고 싶어”
‘웨스턴일렉트릭’(WE) 스피커는 빈티지 오디오 마니아라면 한번쯤은 소장하고 싶어 하는 꿈의 명기로 불린다.

유성영화 초기 시절인 1920년대 말~30년대 미국에서 집중생산된 웨스턴일렉트릭 혼스피커(12A, 13A, 15A, 16A 등)는 대형극장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크기가 거대해 가정용으로 듣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러나 특유의 웨스턴 소리에 홀린 사람들에게는 이 점이 오히려 소유 열망을 부채질한다.

오디오 마니아 예병수(63)씨는 지난해 가을 지인의 집에서 거대한 16A 혼스피커(폭 270㎝, 높이 158㎝, 깊이 66㎝)를 처음 접하곤 “무대 앞에서 바로 듣는 듯한 소리”에 무릎을 쳤다. 그는 “평소 사람 목소리를 가장 잘 구현하는 스피커를 찾고 있었는데 16A가 바로 그 소리였다”고 말했다.

7000만~8000만원에 거래되는 오리지널 스피커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예씨는 이를 그대로 본떠 만들기(복각 작업)로 하고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모두 11대를 제작했다.

16A의 소리를 꿈에 그리던 40~50대 애호가들이 오리지널의 1/9~1/10 가격을 제시한 예씨의 복각 공제 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이 복각 스피커 4대를 선적한 화물선이 16A의 본고장인 미국을 향해 떠났다.

“지난 7월 복각한 16A의 제작 과정과 완성품을 담은 사진을 구글에 사진설명과 함께 올렸는데 미국의 저명한 오디오평론가가 4대를 한꺼번에 구매했습니다. 오리지널과 복각 스피커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설명하고 ‘무대 앞에서 듣는 느낌’이라는 공제 참여자들의 시청소감을 덧붙였는데 그분이 소리도 들어보지 않고 저를 믿었던 것 같아요.”

제작 과정에서 시제품을 놓고 여러 차례 청취모임을 열었는데 오리지널 소리와 똑같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예씨는 전했다. “두 분은 그 소리를 듣고 울었다고 해요.(웃음) 이제 스피커의 방황은 끝났다며….”

예씨는 곡면이 많고 모양도 특이한 16A를 복각하기 위해 오리지널 제품을 탁본까지 떠서 그대로 실측하고 공정마다 제대로 할 수 있는 공장을 확보하기 위해 10여곳을 돌아다니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오디오 마니아 부인들은 대부분 남편의 빈티지 오디오를 싫어하는 데 비해 16A는 장식적 효과 때문인지 16A 복각품을 인수해간 분들의 부인들은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16A 만듦새가 소문나면서 국내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스웨덴, 타이 등지에서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섰다. 예씨는 오디오 업자도 아니고 관련된 직업에도 종사한 적이 없는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이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에서 평범한 회사원 생활 뒤 개인사업을 해왔다. 1990년 초반 이후 20여년 동안 오디오 자작 활동을 통해 빈티지 오디오 제작의 노하우를 갈고닦았다. 그의 이번 복각 작업이 평가받는 것은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거의 실제작비만 받고 꿈의 스피커를 재현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말 많고 까다로운 취향의 사람들이 많기로 소문난 오디오업계에서 그가 보기 드문 ‘신사’로 알려져 예씨를 믿고 선뜻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6A 복각 작업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16A 원형의 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려면 555라는 웨스턴일렉트릭 드라이버가 필수인데 예씨는 이 복각 작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555의 핵심은 1g도 안 되는 얇은 알루미늄 진동판인데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16A 설계자인 블래트너씨의 유족들을 만나서 그간의 복각 작업을 보고하고 제작에 참고할 만한 사항을 듣고 싶어요.”

예씨의 꿈과 열망은 예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현재진행형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문인 1056명 “무능·무도한 대통령 윤석열은 스스로 물러나라” 1.

문인 1056명 “무능·무도한 대통령 윤석열은 스스로 물러나라”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2.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정년이’ 김태리 출두요…여성국극, 왜 짧게 흥하고 망했나 3.

‘정년이’ 김태리 출두요…여성국극, 왜 짧게 흥하고 망했나

신라인의 성지 경주 낭산에 숨긴 ‘비밀’…재발굴하면 뭐가 나올까 4.

신라인의 성지 경주 낭산에 숨긴 ‘비밀’…재발굴하면 뭐가 나올까

올해 김수영문학상에 윤지양 시인 5.

올해 김수영문학상에 윤지양 시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