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함인선 대표이사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설치하기로 한 가변형 투명 물막이(카이네틱댐) 시공 방법과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카이네틱댐 제안한 함인선씨
카이네틱댐 제안한 함인선씨
지난 5일 울산시는 국보 제285호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가변형 투명 물막이’ 설치 기초조사 용역(사업비 6억3700만원)을 발주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지난 6월 가변형 투명 물막이(카이네틱댐) 설치 추진 협약을 맺어 임시로 투명댐을 설치해 암각화를 보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과 환경단체 등은 암각화의 훼손 가능성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 설치할 투명댐을 제안한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함인선(59) 대표이사는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곡천을 막은 사연댐과 대곡댐 때문이다. 댐을 없애지 않는 이상 암각화를 영구보존할 방법은 없다”며 카이네틱댐을 임시로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함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카이네틱댐의 이름을 ‘가변형 투명 물막이’로 바꿨다. 카이네틱댐은 무엇인가?
“댐이라는 명칭에 거부반응이 있는 것 같다. 처음 제안할 때는 물막이한다는 뜻에서 댐이라고 했다. 카이네틱이라는 말도 생소하다고 하더라. 이름을 바꾸니 좀 낫지 않나? 카이네틱댐이란 키네틱 구조를 이용한다. 아코디언, 부채 같은 구조를 생각하면 쉽다. 암벽에서 8m 떨어진 곳에 높이 10m, 너비 50m 정도 되는 철골구조의 투명댐이다. 한 층에 2m씩 5층을 구상하고 있다. 휴대폰 액정에 쓰는 폴리카보네이트로 벽면을 만든다. 순수공사비만 80억~100억원이 든다.”
-카이네틱댐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한양대학교 건축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올봄 과학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제로 과제를 냈다. 반구대 암각화 문제 해결 방법을 학생이 제안했다. 수압을 견딜 수 있는 아치 구조를 생각했다. 보통 서 있는 아치를 눕혀보자고 발상을 바꿨다.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구조를 계산해봤다. <중앙일보>에 연락을 했고 5월9일치에 관련기사가 나왔다. 기사가 나간 당일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이 연락해왔다. 이후 새누리당에서 정부에 공식 제안했고 국무조정실에서 받아들이게 됐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법을 두고 10년간 대안을 고민해왔는데 댐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왜 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유로변경안, 생태제방안, 수위조절안 등이 있었는데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결정을 하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낮추자고 하는데 울산시는 식수 확보를 이유로 반대했다. 강을 직선화해 생태제방을 쌓자는 울산시 주장에 대해서는, 주변 경관이 달라지면 유네스코 등재가 안 된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이 반대한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물 문제다. 사연댐과 대곡댐을 없애면 한번에 해결된다. 그런데 그때까지 암각화는 계속 물에 잠겨 있어야 할까. 임시방편으로라도 암각화부터 보존해야 한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거다.”
-문화재에 적용한 적 없는 기술이 아닌가? 기술적, 구조적 안정성이 입증된 바 없다고 하던데.
“중국 충칭시의 바이허량 수중박물관처럼 아예 물에 잠겨 있는 곳도 아니고, 흐르는 물에 잠겼다가 드러났다 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유례가 없다. 문화재에 적용한 적 없는 기술 맞다. 그렇지만 기술로만 보면 어려운 게 아니다. 베니스의 모세프로젝트, 파나마 운하 갑문 다 키네틱 구조를 이용했다. 댐의 양쪽 끝이 닿는 암벽 자체가 문화재라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소다. 원형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수압을 견딜 수 있을까?
“수족관이랑 똑같다. 수족관과는 반대로 물이 안 들어오게 막는 기술이다.”
-수족관과 달리 흐르는 물이라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베르누이의 정리(점성이 없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물에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성립됨을 나타내는 정리)를 보면 물의 압력은 똑같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암벽 틈에서 새어나오는 지하수와 유리벽 안의 습기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암반에서 침출수가 새어나오고 댐과 암벽 사이에서도 물이 조금은 샐 수 있다. 비가 오면 또 물이 떨어질 거다. 습기보다 물 자체가 문제인데 이건 펌핑해서 빼내야 한다. 펌핑하지 않는다면 카이네틱댐을 만들 필요가 없다. 시설 개보수 비용 등 유지 비용은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환기가 필요하다면 환풍기를 달까 한다.”
-지질이 사암, 셰일 등 모래입자로 구성됐다. 시추를 할 경우 암반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보통 암반은 흙보다 10배 강한 지내력(지반이 견디는 힘)을 가진다. 땅에서 짓는 것보다 10배의 안전율이 있다는 말이다. 두개의 철골 기둥이 수압을 버틸 거다. 3D 프린팅으로 암벽과 기둥 사이 틈새 모양 그대로 주물 뜨듯 빈틈없이 콘크리트를 부어 고정시킬 거다. 암벽과 콘크리트 사이에 실리콘을 발라 나중에 그대로 떼어낼 수 있게 하겠다. 지름 7.5㎝의 다이아몬드 드릴로 암반을 조사할 건데 진동은 커피잔 흔들리는 정도로 매우 적다.”
-기초조사할 때 암각화 훼손 가능성을 걱정한다.
“기본적으로 퇴적암층이라 언젠가는 떨어지게 돼 있다. 사면을 보강해서 산을 튼튼하게 만드는 작업도 같이 하면 좋다. 일단 기초조사를 통해 암반과 암벽의 투수계수(물이 새는 정도)를 알아야 설계를 할 수 있다. 지하로 두 군데, 암벽도 그 정도 뚫을 생각이다. 오차범위가 얼마 나지 않기 때문에 암각화 부근을 암벽을 뚫어서 평균을 측정할 거다. 공사는 진동허용치 이하로 하고 문화재위원들 입회하에 진행하려고 한다.”
-기초조사 결과 댐 건설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안 할 수 있나?
“내 소관이 아니다. 공학은 타협이다. 100%가 없다. 어떤 총알도 뚫지 못할 철모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철모는 너무 무거워서 쓸 수가 없다. 적당히 무겁고 적당히 안전하게 만드는 게 타협이다.”
-문화재 보존 문제를 두고 과학기술의 적용이 만능일까라는 근본적 질문이 남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재 중에 유리벽 안에 있거나 인공장치를 달고 있는 것들이 많다. 석굴암이 잘 보존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이전에 유리벽을 설치했다. 광개토왕비, 강서약수리 벽화고분,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석탑도 그렇게 보존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게 보호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연댐과 대곡댐을 폭파해야 한다. 1965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물막이댐은 안 만들어도 된다. 그런데 두개의 댐이 있는 동안은 암각화가 계속 물에 잠긴다. 이런 상황인데 인공댐(카이네틱댐)을 만들어 암각화를 보호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나.”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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