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26일 오전 자신의 해임안이 상정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소견을 밝히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뉴스분석 김재철 MBC사장 해임
방문진 설립이래 첫 해임 처리
온갖 의혹·비난 더는 묵과 못해
“인사절차 위배 인정…한번만 더”
마지막까지 자리지키기 안간힘
방문진 설립이래 첫 해임 처리
온갖 의혹·비난 더는 묵과 못해
“인사절차 위배 인정…한번만 더”
마지막까지 자리지키기 안간힘
공영방송 사상 최악의 내부 분란의 주역이면서 정치적 편향성과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던 김재철(60) 문화방송(MBC) 사장이 결국 해임됐다. 한국방송(KBS)과 함께 양대 공영방송의 한 축인 문화방송은 김 사장 퇴출 이후 조직 정상화와 공정 방송 회복이라는 중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사장은 그동안 여느 공공기관 수장 같으면 몇 번이고 물러나야 했을 의혹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버텨왔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친분 있는 무용가에게 계약을 몰아준 일, 방송 사상 최장인 170일간의 노조 파업, 200명이 넘는 해고·징계, 밀실에서의 민영화 시도 등으로 이전에도 세 번이나 해임안이 상정됐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겨왔다.
그렇게 질긴 ‘생존력’을 보여준 김 사장의 해임안은 26일 문화방송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찬성·반대 토론과 표결을 거쳐 40여분 만에 처리됐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야당 추천 이사 3명, 여당 추천 이사들(6명) 중 2명이 해임에 찬성했다. 원래 임기가 2014년 2월까지인 김 사장은 1988년 방문진이 설립된 이래 해임당한 첫 사장이 됐다.
그는 이날 임원 인사를 방문진과 협의 없이 처리했다는 지적에 대해 소명하려고 이사회에 출석해 일어나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주주총회 시간에 쫓기고 인사청탁에 시달리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 다시 기회를 주면 이런 일 없게 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한 이사는 김 사장이 눈물까지 흘렸다며 “저렇게까지 자리에 연연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임은 방문진이 29일 이사회에서 일정을 잡을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최대한 빨리 주총을 열어 해임안을 처리하고, 새 사장 공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해임은 22일 지역사 사장 등 임원진 인사를 방문진과 협의하지 않고 결정하는 등 이사회를 무시했다는 게 명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제기된 각종 의혹, 대량 징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고발을 비롯해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첩첩이 쌓인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 사장의 고려대 선배로 그를 사장에 앉혀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역시 대학 동문인 김재우 전 방문진 이사장이 최근 논문 표절 때문에 사임한 것도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방패막이가 사라진 것이다.
문화방송 안팎에서는 김 사장의 해임은 정상화의 시작일 뿐이라고 본다. 먼저 여권 이사들이 다수인 방문진이 누구를 후임으로 뽑느냐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다. 문화방송 새 사장 인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 장악’을 시도할지 여부를 보여줄 것이다. 김 사장처럼 정권과의 인연을 타고 ‘낙하산’ 사장이 또 내려온다면 노사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문화방송은 신뢰도가 추락한 프로그램들의 재정비와 해고·징계자 문제 해결, 사내 갈등 봉합 등 여러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문화방송 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김재철 체제’가 안겨준 가장 큰 교훈은 공영방송이 더는 정치권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차기 사장 선임에서부터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이룰 것인지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김 사장 해임에 대해 “늦었지만 문화방송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면서도 “무엇보다 문화방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인물이 사장으로 오는 것이 중요하며, 그 전제조건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직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밀려난 언론인들을 복귀시키는 것이 차기 사장이 우선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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