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등을 요구하며 12일로 15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농성장을 찾은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야당·학계·언론단체 “국회, 결자해지 나서라”
정연주 해임과정·피디수첩 압력 등 밝혀져야
정연주 해임과정·피디수첩 압력 등 밝혀져야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 <연합뉴스> 등 언론사 파업이 정부의 중재 역할 포기 속에 장기 국면으로 치닫자, 언론단체와 야당, 학계에서 19대 국회가 언론 청문회를 열어 사태 해결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됐으니 파업 원인을 제공한 정치권에서 결자해지에 나서라는 요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수용하라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해고·징계 언론인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며 12일로 1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민주통합당 언론정상화특별위원회의 김재윤·노웅래·최민희 의원 등도 지난 8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언론자유 수호와 언론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를 조건으로 걸고 새누리당과 개원 협상 중이다.
학계에서도 정권의 언론장악을 위한 무리수와 언론의 공공성 붕괴를 따지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관계법 날치기 처리 때 정부·여당이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여론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그것이 옳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력의 보은 차원의 종편 선정 의혹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의 사적 이익과 정권의 안위를 위해 국민을 기만한 행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종합편성채널 선정 백서를 내놨지만, 의혹을 규명할 핵심 정보는 빠진 반쪽짜리 백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년에 걸친 ‘언론 실정’을 다룰 청문회에서 반드시 조사해야 할 사안에는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 교체에 정권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도 포함된다. 정 사장 해임 과정에 청와대, 감사원,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검찰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했고, 국가정보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문화방송의 <피디수첩> 등에 어떤 압력이 가해졌는지, 방송 편성 자율권이 어떻게 침해됐는지에 관해 제작진의 증언을 직접 들어볼 필요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언론정상화특별위원장인 김재윤 의원은 “청와대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낙하산 사장을 통해 방송을 권력에 악용해 공공재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소환 대상으로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우선 꼽힌다. 이들은 종편 허가를 포함한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며 언론장악에 직접 관여했다고 지목되는 인사들이다. 정연주 사장의 해임이 발표되기 직전 열린 ‘언론 대책회의’에 참석한 김회선 당시 국정원 차장(현 새누리당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도 청문회 출석 대상으로 거론된다.
언론 단체와 학계에서는 청문회가 대선을 앞두고 공정보도를 이끄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 탐사보도 복원과 해직자 복직 등은 방송사의 편파·왜곡보도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청문회 성사는 언론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여당의 반대라는 벽에 맞닥뜨렸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청문회 개최 요구에 대해 “정치권에서 개입하는 형태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며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동의대 교수)는 “국회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하지 않으면 학계와 시민단체 주도의 ‘민간법정’ 개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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