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특별공연을 찾은 시민들이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장] 나는 왜 ‘나는 꼼수다’ 콘서트에 나왔나
시민 수만명 참여…‘후불제 후원금’ 3억4천만원
시민 수만명 참여…‘후불제 후원금’ 3억4천만원
30일 밤 ‘나꼼수’에 열광하는 수만명의 시민이 여의도 광장을 메웠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특별공연을 연 이날, 공연 시작이 예고된 7시부터 지하철 여의도역은 스마트폰을 손에 든 이들로 붐볐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친구, 연인, 가족 단위의 5만여명은 밤 10시반이 넘도록 대부분 자리를 지키며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들이 나꼼수를 찾고 공감하고 열광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다가온 나꼼수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첫 손가락에 꼽은 것은 “재미”다. ‘왜 나꼼수에 반했나요’라는 물음에 바로 나오는 대답은 “재밌잖아요”였다. 김희주(43·프리랜서 홍보)씨는 “심각한 이야기를 명랑하게 즐기면서 이야기해주잖아요”라고 말했다.
김씨의 대학 선배로 함께 공연장을 찾은 변아무개(44·회사원)씨는 “신뢰감”을 꼽았다. “요즘 시대에 뭐가 문제라고 짚어주는 일을 방송은 안 하잖아요. 신문은 뒤져서 보기에는 불편하고…. 또 기존 언론들은 광고와 관계가 있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하잖아요. 나꼼수는 아무런 압력이 없으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다는 믿음이 생겨요.”
10여년 만에 처음 얼굴을 보는 대학 동창 모임을 나꼼수 콘서트장으로 택했다는 문소영(39·쇼핑몰 운영)씨는 “나꼼수가 우리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문씨와 함께 찾은 황상율씨는 “평소 답답하고 말 못했던 것, 궁금했던 것들과 (나꼼수가 다루는 이야기가) 정확히 포인트가 맞았어요.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이런 나꼼수에 대한 관심은 현실 참여로까지 이어진다. 연인이 함께 나꼼수에 빠져 ‘나꼼수 데이트’를 즐기고 있던 정연찬(35·자영업)씨는 “대학 때 한번도 이런 곳에 나오지 않았는데 나꼼수를 들으면서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씨의 연인 박영주(28·디자이너)씨는 “이번 에프티에이 통과 때는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요즘 돌아가는 일들 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 같아 나오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둘은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데로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날 모든 이들이 나꼼수의 열성적인 팬인 것은 아니다. 손영진(26·대학생)씨는 “(저는) 나꼼수의 팬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께 찾은 김아무개(23·대학생)씨도 “신문사에서 잘 얘기하지 못한 것을 나꼼수는 ‘미친 듯이’ 이야기해 후련하다”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의혹들까지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도 단단히 옷을 여민 어린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랄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모아 나꼼수 특별공연에 힘을 실어주었다. 6살 된 아들과 함께 밤 나들이에 나선 방아무개(39·노무사)씨는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공부만 강요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공부만 강조하는 사회 시스템에서 쉽지는 않은 일 같다”고 털어놨다. 방씨는 “제 아들이 컸을 때는 그런 시스템이 바뀐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며 “한 가지 기준으로 사람들을 압박하는 사회를 깨는 데 나꼼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6개월 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김남희(전직 디자이너)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이야기를 언제까지 자식에게 해야 되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어머니한테 그런 말씀을 듣거든요. 저는 제 자식들에게 ‘너는 나서지 마라’ 같은 이야기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겪는 절망이나 분노를 덜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오늘 동참하게 됐죠.” 8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공연이 막을 내릴 무렵 다수의 사람들은 아쉬운 듯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뒷정리를 돕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나꼼수 방송에 키득대던 사람들은 광장에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기뻐했다. 여주경(30·화가)씨는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을 보니 기쁘다. 춥고 해서 많이 안 왔을 줄 알았는데 각자 일끝나고 ‘잠깐이라도 들러야지’ 생각하고 온 것을 생각하면 즐겁다”고 말했다. 장기범(33·회사원)씨는 “80년대에는 전형적인 집회 방식의 사회운동이 있었는데 포스트 모던 시대라고 하는 요즘에는 콘서트 방식의 이런 모임을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어 좋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낸 ‘후불제 후원금’이 3억41만원에 달했다고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밝혔다. 탁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은 어제, 돈뿐 아니라. 쌍가락지, 저금통, 건강검진권, 싸우나이용권(?)까지 쾌척했습니다. 집회나 시위의 형태적 변화와 사람들을 설득하고 아름답게 끌어내는 기획이 절실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라고 적었다. ‘나는 꼼수다’는 오는 3일 진주, 오는 18일 제주에서 각각 토크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물론 이날 모든 이들이 나꼼수의 열성적인 팬인 것은 아니다. 손영진(26·대학생)씨는 “(저는) 나꼼수의 팬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께 찾은 김아무개(23·대학생)씨도 “신문사에서 잘 얘기하지 못한 것을 나꼼수는 ‘미친 듯이’ 이야기해 후련하다”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의혹들까지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도 단단히 옷을 여민 어린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랄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모아 나꼼수 특별공연에 힘을 실어주었다. 6살 된 아들과 함께 밤 나들이에 나선 방아무개(39·노무사)씨는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공부만 강요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공부만 강조하는 사회 시스템에서 쉽지는 않은 일 같다”고 털어놨다. 방씨는 “제 아들이 컸을 때는 그런 시스템이 바뀐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며 “한 가지 기준으로 사람들을 압박하는 사회를 깨는 데 나꼼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6개월 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김남희(전직 디자이너)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이야기를 언제까지 자식에게 해야 되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어머니한테 그런 말씀을 듣거든요. 저는 제 자식들에게 ‘너는 나서지 마라’ 같은 이야기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겪는 절망이나 분노를 덜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오늘 동참하게 됐죠.” 8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공연이 막을 내릴 무렵 다수의 사람들은 아쉬운 듯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뒷정리를 돕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나꼼수 방송에 키득대던 사람들은 광장에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기뻐했다. 여주경(30·화가)씨는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을 보니 기쁘다. 춥고 해서 많이 안 왔을 줄 알았는데 각자 일끝나고 ‘잠깐이라도 들러야지’ 생각하고 온 것을 생각하면 즐겁다”고 말했다. 장기범(33·회사원)씨는 “80년대에는 전형적인 집회 방식의 사회운동이 있었는데 포스트 모던 시대라고 하는 요즘에는 콘서트 방식의 이런 모임을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어 좋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낸 ‘후불제 후원금’이 3억41만원에 달했다고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밝혔다. 탁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은 어제, 돈뿐 아니라. 쌍가락지, 저금통, 건강검진권, 싸우나이용권(?)까지 쾌척했습니다. 집회나 시위의 형태적 변화와 사람들을 설득하고 아름답게 끌어내는 기획이 절실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라고 적었다. ‘나는 꼼수다’는 오는 3일 진주, 오는 18일 제주에서 각각 토크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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