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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의 신학’으로의 초대

등록 2011-10-27 16:27수정 2011-10-27 17:28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 대담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 대담
책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대담 연 이덕주 감신대 교수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서울의 중심가 홍대 인근에서 지난 26일 기독교 사회주의를 고민하는 ‘불온한’ 모임이 열렸다. 이덕주(59) 감리교신학대학(역사신학) 교수가 최근 펴낸 책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홍성사)를 두고 박총(40) <복음과상황> 편집장과의 대담이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동교동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진행됐다. 홍성사가 주최한 대담에 30명가량의 참석자들이 모여들어 대담장을 꽉 채웠다.

이 교수는 토착화를 주제로 한국 기독교 역사를 연구하며 <한국 교회 처음 이야기>를 펴내 호평을 받은 학자다. 그의 형은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을 넘나드는 저술로 유명한 이현주 목사다. 박 편집장은 반자본주의·생태주의자로 예수를 조망하는 책 <욕쟁이 예수>를 내놓으며 기독교 청년들의 ‘아이돌’로 주목받는 논객이다.

이 교수가 기독교 사회주의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세 차례 북한을 방문한 후부터다. 그는 “한 북한 사람이 어떻게 미국의 ‘사악한’ 기독교와 ‘거룩한’ 사회주의가 이어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북한 사람들이 사회주의자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통일 이후의 신학이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둘 다 부정하지 않으면서 둘의 장점을 합한 온건한 제3의 길로 소개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개인간의 경쟁으로, 공산주의는 국가의 계획으로 운영되지만, 기독교 사회주의는 자발적인 나눔을 토대로 운영되는 공동체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기독교 사회주의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틈새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비무장지대의 신학”이라고 위치지웠다.

박 편집장은 “저도 맑스가 아닌 성서에 기반한 사회주의자”라며 이 교수에 동질감을 표했다. 그는 “이 교수님 같이 온건한 분이 한 번 마음을 먹고 우직하게 나가면 전투적인 진보인사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며 이 교수의 작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주류 한국교회는 정의로운 사회를 두려워해 가난한 ‘개인’을 돕기 위해 ‘구제’는 하면서도 정작 가난한 ‘계층’을 돕기 위해 ‘제도’와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불의한 사회 구조와 맞서 싸우지 않는 봉사와 구제는 기존 체제를 유지·강화시켜줄 뿐”이라고 지적하며 기독교 사회주의의 초점은 체제를 변혁하는데 맞춰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책을 내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한 청중은 “보수화된 기독교의 레드 콤플렉스를 고려하면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은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교수는 “종교 개혁 당시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것도 자살 행위”라며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막는 레드 콤플렉스를 깨기 위해 금기시된 사회주의를 공론화해야 할 때가 왔다”고 도전했다. 제목 때문인지 책이 팔리는 속도는 더딘 편이다. 이덕주 교수가 홍성사에서 출판한 책 <한국 교회 처음 이야기>는 1만부를 넘게 팔렸지만, 지난 8월에 출간돼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은 1800부 밖에 나가지 못했다.

이 교수는 책과 이날 강연에서 “내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강의하고 부탁받은 글을 쓰는 외의 시간은 모두 기독교 사회주의를 연구하는데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후속 작업으로 ‘세계 기독교 사회주의 역사’와 ‘한국 기독교 사회주의 역사’를 저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 기독교 사회주의 역사’에서는 1920~30년대 김창제·이대위·김창준 같은 기독교 사회주의자들과, 최용신·손정도 같은 공동체 운동가들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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