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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바삭바삭 과자 맛 껍질…한국서 즐기는 ‘베이징덕’

등록 2011-10-14 09:39

베이징 덕. 박미향 기자
베이징 덕. 박미향 기자
“달콤해/달콤한 너의 미소는/마치 봄바람에 피어난 꽃 같구나…”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호텔 2층의 중식당 ‘따뚱’’(大董)에 들어서자 노랫소리가 옷깃을 붙잡는 듯하다. 덩리쥔(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이다. 감상에 젖기도 전에 마치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오픈 키친처럼 안이 훤히 보이는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발가벗은 오리들이 걸려있다. 베이징 카오야(오리구이)다. 베이징 덕으로 더 잘 알려진 베이징 카오야(오리구이)는 ‘카오’(굽다)와 ‘야’(오리)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베이징 카오야는 오리를 불 위에 걸어놓고 직접 굽는 방식과 화덕에 넣어 간접적으로 익히는 방법이 있다. 밀라노피자만 화덕에 굽는 게 아니다.

 따뚱에선 오리를 거대한 화덕에 익힌다. 철제 화덕은 크기가 가로는 6.8m나 되고 세로는 1.5m다. 외벽은 벽돌로 쌓아올렸고 가로·세로 각 60㎝, 80㎝ 크기의 창이 3개 나있다. 그 창으로 다 구워진 오리들이 긴 장대에 매달려 나온다. 화덕에는 오리가 20마리나 들어간다.

베이징 덕. 박미향 기자
베이징 덕. 박미향 기자
 노릇노릇 익은 오리들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럽다. 보통 과일향이 나는 나무를 태워 구워내지만 이곳은 참나무를 쓴다. 섭씨 200~250도 되는 불의 열기만으로 익는다. 따뚱의 박진승 총지배인은 “다른 베이징 덕 전문점들이 요리법을 배워 재현을 한 것이라면 우리는 시연을 한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베이징 덕 전문레스토랑 ‘다둥 카오야’의 요리사 4명을 영입했다.

 요리사 똰이(38)는 1999년부터 베이징 다둥 카오야에서 일을 하면서 오리 요리법을 배웠다. 그는 “‘만리장성에 오르지 못하면 진정한 대장부라 할 수 없고 베이징에서 카오야를 맛보지 못하면 큰 유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이징 카오야는 이름난 요리”라고 자랑했다. 그가 진두지휘해 화덕을 만들었다. 보름 정도 걸렸다. 그는 옆구리에 작은 구멍을 내 내장을 뽑은 오리가 도착하면 소스를 발라 이틀간 숙성시킨다. 오리 머리도 그대로 달려있다.

베이징 덕. 박미향 기자
베이징 덕. 박미향 기자
 베이징 카오야용 오리는 푸아그라처럼 사육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오리탕용 오리보다 껍질이 두껍고 기름기가 많고 몸 덩어리가 크다. 이곳 화덕에 들어려는 오리는 2.5㎏ 정도는 돼야 한다. 카오야용 오리를 따로 수입할 수 없어 똰이는 국내 여러 오리업체의 오리를 한 달 간 테스트했다. 베이징 다둥 카오야의 맛과 가장 근접한 맛을 내려 했다고 한다.

 베이징 카오야의 맛은 역시 껍질이다. 살과 정교하게 분리된 껍질은 바삭바삭하다. 과자를 씹는 듯한 식감에 기름기가 살짝 돌아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밀전병에 여러 가지 채소를 함께 섞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이다. 베이징 카오야의 맛은 자르는 기술에도 차이가 난다. 중국인 요리사가 직접 자른다. 마치 스페인 ‘하몬 마에스트로’(하몬 전문가인 하몬 하모네로 중에서 최고의 장인. 손으로 하몬을 자르는 기술자)처럼 정교하다. 영화 <첨밀밀>의 주인공처럼 스쳐 지나간 운명이 가슴을 쳐도 베이징 카오야의 파삭한 껍질 한 조각이면 치유의 길에 들어선다.

글·사진 박미향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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