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족 중심 역사인식 패러다임 벗자”
“논란이 되는 특정 역사서술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적 관점을 통해 자민족 중심의 역사인식 패러다임 자체를 극복하자.”
포스트모더니즘 역사관을 주창해온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최근의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이야기다. 안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역사연구단체협의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독일-폴란드의 역사교육 협의과정을 예로 들며 “탈민족주의적 역사서술이 (두 나라의) 교과서 협의를 가능하게 한 근본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본 교과서의 근대사 인식과 역사교육’을 주제로 한 이날 학술대회에서 안 교수는 “자국내 보수세력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역사교육 협의가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전개”된 것은 “개별 민족사의 관점에서 역사교육을 해방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민족과 국가 발전에 역사 서술의 초점을 맞추는 전통 역사학 대신, 독일 역사의 파행적이고 비정상적 발전을 강조하는 비판적 사회사의 흐름이 대두된 것이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기미지마 가즈히코 일본 가쿠게이대 교수는 한·일 역사교육 협의의 첫 장을 열었던 제1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성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기미지마 교수는 “위원 인선 과정에서 역사학계가 참여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역사학협회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에 의해 위원들이 선정됐고, 그 대부분은 자민당 정부의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밖에도 쳔홍민 난징대 중화민국사연구센터 연구원, 팜쿡수 베트남국립대 박사 등 국내외 역사학자 20여명이 참석해 주제별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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