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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어머니·부인 빼고 안중근 말할 순 없죠”

등록 2011-05-26 22:11

배우 박정자(왼쪽)·배해선(오른쪽)
배우 박정자(왼쪽)·배해선(오른쪽)
‘더 영웅 같은’ 어머니와 ‘주변인’ 그려낸 부인 역
박정자 “80살에도 연기” 배해선 “후배가 도울게요”
연극 ‘나는 너다’ 박정자·배해선

역사책의 영웅과 무대의 주인공은 닮았다. 모두가 그만을 바라본다. 영웅 혹은 주인공의 훌륭함은 본의 아니게 역사 속 범인들이나 무대 위 다른 배우들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배우 박정자(69·왼쪽)와 배해선(37·오른쪽)은 영웅 안중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극 <나는 너다>에서 묵묵히 무대의 밀도를 높인다. 두 사람 모두 연극과 뮤지컬에서 숱하게 주인공을 맡은 대표 배우지만, 이번에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머니와 부인을 빼고 안중근을 말하는 것도 어색하죠. 두 사람의 입장에서 연극을 보는 것도 좋은 관람법이 될 수 있어요.”(박정자)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묵묵히 영웅을 뒷받침한 주변인들도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배해선)

송일국이 안중근과 그 아들 안준생 1인 2역을 맡아 화제가 된 연극 <나는 너다>에서 두 사람은 각각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와 부인 김아려를 연기한다. 박정자는 안중근의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고, 배해선은 인간 안중근을 그려내는 몫을 담당한다. 묵직한 목소리로 관객을 긴장시키는 박정자는 ‘영웅보다 더 영웅 같은 어머니’를 빈틈없이 재현하고, 강인한 듯 여린 배해선은 ‘큰일 하는 사람’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복잡함을 그려낸다. 두 배우는 그저 주인공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장하면서도 애잔한 연극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4일 저녁 연극 <나는 너다> 분장실에서 만난 두 배우는 연기를 하는 동안 인간적인 마음의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뒤 어머니 조마리아가 며느리에게 항소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극중에서 어머니가 항소를 하지 말라고 할 때, 솔직히 너무 미웠어요.”(배해선) “맞아.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 나도 조마리아 여사가 대단하다, 나 같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박정자)

두 사람은 지난해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연극 <어머니의 노래>에선 주인공 어머니와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박씨는 자신의 큰딸과 배씨가 같은 나이라며 배씨를 향해 “연기에선 더 가르칠 게 없는 똑똑한 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배씨도 박씨를 향해 “배우들 사이에선 함부로 이름을 말하기도 어려운 존재였지만, 같이 공연을 해 보니 다정하고 인간적으로도 닮고 싶은 선배”라고 말한다.

올해 칠순을 맞은 박정자씨는 50년 배우 인생의 대표작으로 80살 할머니와 19살 청년의 사랑을 그린 연극 <19 그리고 80>을 꼽는다. 2003년 초연해 2004년과 2006년에 공연했고 2008년에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19 그리고 80>은 제 목표라고나 할까요. 내년에 공연할 계획이고 2~3년에 한번씩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그러다가 주인공 나이와 제 실제 나이가 같아지는 해에 그 연극을 하고 싶어요. 이제 10년 남았네요.” 박정자씨의 ‘다짐’에 배해선씨가 ‘화답’한다. “80살까지,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무대에 서셔야죠. 후배들이 지켜드릴 거예요.” 6월6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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