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면
〈esc〉 200호 특집
한·중·일·이탈리아 요리 대잔치
한·중·일·이탈리아 요리 대잔치
잔치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같은 뜻의 이바디라는 옛말이 있었고
라는 말이 15세기에 쓰였다. 한자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술잔 잔(盞)에 술잔 치(
)가 합쳐졌다는 주장이다. 숱한 술잔들이 부딪히지 않고 잔치에 흥이 돋을 리는 없을 터. 분위기로는 딱 잔치스럽지만 설득력은 높지 않다고 한다.
우리말 사전은 기쁜 일이 있을 때 음식을 차려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 잔치라고 풀이한다. 역시 잔치와 음식은 한 덩어리다. 홀로 또는 끼리끼리 음식 먹기는 잔치라고 하지 않는다. 기쁨도 나눠야 두배 되듯 음식도 여럿이 함께 나눠야 잔치다. 이바지의 옛말 이바디가 잔치인 까닭도 여기 있는 듯하다. 잔치는 벌이는 것이면서 베푸는 것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잔치를 벌인 뒤 음식을 백성들에게 베풀었다고 한다.
200호 축하음식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요리전문가들이 베풀어줬다. 중요무형문화재 한복려 원장이 요리한 온면(사진)은 국숫발이 길어서 길(吉)할뿐더러 길게 잘 살라는 의미까지 담겼다. 양식·일식·중식을 각각 대표하는 어윤권·권오준·여경옥 셰프는 맛 좋고 보기 좋은 요리들로 200호에 이바지했다. 200호와 함께해준 애독자들과 눈과 마음으로나마 잔치를 나누고자 한다.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요리 (사)궁중음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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