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천·이일영 교수
‘한반도 경제’ 가지 삼는
능동적 개방전략 주문 한국 사회의 진보적 모색이 답보 상태인 이유는 비교적 간명하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 영역에서 진보란 ‘반(反)-신자유주의’라는 앙상한 구호로만 존재한다. 계간 <동향과 전망>과 반년간 <시민과 세계>가 나란히 이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새로운 대안 경제 모델’을 모색하고 그 구체적 방도를 내놓으려는 고뇌가 여러 글에 묻어 있다. 아무래도 주된 논지는 대표 필자인 이병천 강원대 교수와 이일영 한신대 교수의 글에 담겨 있다. 우선 이병천 교수는 <시민과 세계>에서 ‘시민적 사회경제’를 제안했다. 그가 보기에 87년 이후 민주화는 경제적 자유화가 정치적 민주화를 잠식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87년 체제’는 “사회경제적 시민권을 박탈하고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길로 나아간 보수적 민주화체제”다. 이 교수는 이제 “민주화의 의미를 사회경제적 시민권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보수화된 87년 체제에 대한 발본적 반성 위에서” 새로운 시민경제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경로로 그가 제시한 것은 △자본 활동에 대한 민주적·사회적 규제 △사회적 합의로 갈등을 조정하는 (계급)협력적 선순환 경제 △개방의 이익을 적극 확보하면서도 그 위험을 통제하는 ‘전략적 개방’ △금융제도의 재설계 등이다. <동향과 전망> 여름호에서 이일영 교수가 제안하는 ‘신진보주의 발전모델’도 이와 비슷한 대목이 많다. 이일영 교수는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등과 함께 쓴 공동 발제문에서 “다자주의-지역주의-민족주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 핵심은 동아시아 지역경제 통합을 지향하는 ‘개방형 민족경제’의 구축이다. “분단 체제를 해체·재구성하고 동아시아에서 신지역주의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개방·혁신·연대의 한반도 경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일영 교수는 “한반도 경제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하기 위한 논의는 영미식 자유주의와 유럽식 공화주의와는 다른 제3의 길을 안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소 궤를 달리하는 두 학자 및 연구 집단이 거의 같은 시기에 내놓은 ‘대안 경제모델’의 제안은 몇 가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우선 새로운 발전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수긍한다는 점이다. 다만 이때 자본 활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세계화와 맞물린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한반도 경제’ 또는 ‘개방형 민족 경제’를 기지로 삼는 능동적인 ‘개방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한반도 경제’ 가지 삼는
능동적 개방전략 주문 한국 사회의 진보적 모색이 답보 상태인 이유는 비교적 간명하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 영역에서 진보란 ‘반(反)-신자유주의’라는 앙상한 구호로만 존재한다. 계간 <동향과 전망>과 반년간 <시민과 세계>가 나란히 이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새로운 대안 경제 모델’을 모색하고 그 구체적 방도를 내놓으려는 고뇌가 여러 글에 묻어 있다. 아무래도 주된 논지는 대표 필자인 이병천 강원대 교수와 이일영 한신대 교수의 글에 담겨 있다. 우선 이병천 교수는 <시민과 세계>에서 ‘시민적 사회경제’를 제안했다. 그가 보기에 87년 이후 민주화는 경제적 자유화가 정치적 민주화를 잠식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87년 체제’는 “사회경제적 시민권을 박탈하고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길로 나아간 보수적 민주화체제”다. 이 교수는 이제 “민주화의 의미를 사회경제적 시민권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보수화된 87년 체제에 대한 발본적 반성 위에서” 새로운 시민경제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경로로 그가 제시한 것은 △자본 활동에 대한 민주적·사회적 규제 △사회적 합의로 갈등을 조정하는 (계급)협력적 선순환 경제 △개방의 이익을 적극 확보하면서도 그 위험을 통제하는 ‘전략적 개방’ △금융제도의 재설계 등이다. <동향과 전망> 여름호에서 이일영 교수가 제안하는 ‘신진보주의 발전모델’도 이와 비슷한 대목이 많다. 이일영 교수는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등과 함께 쓴 공동 발제문에서 “다자주의-지역주의-민족주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 핵심은 동아시아 지역경제 통합을 지향하는 ‘개방형 민족경제’의 구축이다. “분단 체제를 해체·재구성하고 동아시아에서 신지역주의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개방·혁신·연대의 한반도 경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일영 교수는 “한반도 경제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하기 위한 논의는 영미식 자유주의와 유럽식 공화주의와는 다른 제3의 길을 안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소 궤를 달리하는 두 학자 및 연구 집단이 거의 같은 시기에 내놓은 ‘대안 경제모델’의 제안은 몇 가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우선 새로운 발전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수긍한다는 점이다. 다만 이때 자본 활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세계화와 맞물린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한반도 경제’ 또는 ‘개방형 민족 경제’를 기지로 삼는 능동적인 ‘개방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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