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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코믹연기·연출 배우 백원길씨

등록 2005-06-22 17:11수정 2005-06-22 17:11

관객 배꼽은 내가 다 뺀다

대학로에 오신 당신, 지하철 출입구부터 대추나무 가지처럼 뻗쳐 있는 손길을 먼저 만나게 된다. 대학로를 점령할 듯 코믹 극장으로 당신을 끌어당기는 ‘삐끼’(호객꾼)들의 거친 유혹.

중학생땐 수줍음 많아 늘 ‘홍당무’
고교때 연극반 들며 인생역전
“울고 웃는건 종이 한장 차이죠”

물리치는 일이 다정한 연인들로 가득한 마로니에 공원 벤치를 비집고 앉는 일만큼 어렵지만 여기서 당신, ‘웃음’의 전도사를 자처한 한 배우의 독백을 들어야 한다.

“웃음이 행복을 주고 받는 수단이 아니라, 돈을 거래하는 수단이 된 거 아닌가요. 대학로 소극장이 개그맨의 것이 되어가고 코미디가 주류가 돼가고 있어요. 진짜 문제는 그 웃음들이 하나같이 닮았거나 유행처럼 획일화했다는 겁니다.”

코믹 연기와 지도에 있어 확고히 제 영역을 구축한 배우 백원길(33)씨다. <점프> <도깨비 스톰> 등에서 코믹 연출을 맡았다.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외국의 쇼 닥터(작품 전체의 유머를 다듬고 더해주는 전문가)도 이제 그의 손을 빌린다.

언제부터 웃겼나= 외려 심각한 연기를 많이 했다. 그러다 점차 ‘코미디’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웃기는 걸 좋아하고 웃긴 장면들은 잘 잊혀지지도 않는다. 남들이 웃기려는 거, 내가 조금만 더 손 대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해봤다. 1999년 <휴먼 코미디>(임도완 연출)에 출연하며 참 많이 배웠는데 그때부터 대학로에서 코미디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점프>의 코믹 연출을 해오면서 웃음을 빚어내는 나만의 방식에 자신이 넘친다.

어떻게 웃기나= 난 춤을 못 춘다. 굳이 춤으로 누굴 웃기진 않을 거다. 연출이 바라는 것과 배우가 할 수 있는 최대값을 잇는 일이 중요하다. 제일 웃긴 개그맨을 데리고 온다 해서 지금의 <점프>가 나올까.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는지 아닌지(즐기고 있는지) 육감적으로 느끼곤 한다. 그걸 바탕으로 부족한 건 다 고친다.


웃기게 생기진 않았다= 중학교 때까지 병적일 만큼 수줍음이 많았다. 볼에 홍조를 끼고 살았다. 바꾸지 않으면 일 나겠다 싶긴 했지만…. 중앙고 입학해서 연극반 오디션을 봤다. 친구 따라 갔다가 얼떨결에. 있잖은가. 연예인들 그 흔한 오디션 이야기.

바뀌어서 되레 일 났다고= 고등학교 때부터 다른 삶을 살았다. 잘 나섰고 잘 놀았다. 배역을 맡으면서 건물색도, 사람도 달라 보였는데 내가 변한 건 줄 알았다. 재미있었다. 지금 알고 보니 그건 아니었지만 그 ‘변화’가 정말 날 변화시켰다. 중학교, 초등학교 친구들은 내가 배우하고 있다 말하면 자지러진다.

이제 서른셋, 대학로 ‘짬밥’은 10년= 1991년 고등학교 졸업 후 잠깐 대학로에서 무대일을 하다가 입대했다. 94년 제대를 하는데 뭘 해야할지 고민이 컸다. 말년 휴가 때 친구들이 다부지게 말해줬다.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거 해라.’ 역시 연극이었다. 남은 휴가 동안 극단을 찾았고 그래서 입단한 곳이 극단 사다리였다.

새로 무언신체극 작품의 코믹 연출일을 조율하고 있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웃음이 뭔가. “울고 웃는 건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웃는 이가 있고 처절하게 울다 그 신세를 두고 웃는 사람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 기저에는 모두 따뜻한 본성이란 게 숨어있습니다.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웃음이 좋아요. 이젠 어떤 이가 웃으며 행복해한다면 지금 그 순간보다 좀 더 웃길 순 없을까 고민하거든요. 어떤 때는 정말 죽게끔 웃도록 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게 제 일이예요.”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0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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