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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양보할 수 없는 기준, 공감은 사진을 춤추게 한다

등록 2010-10-14 11:27

[하니스페셜] 사진마을 /
[이달의 사진]

이동준 ‘상징이 만든 가을풍경’

잠자리가 완성한 풍경

역광이기에 더욱 빛나

박인순 ‘겁을 상실한 할매들’

딱 한 장, 놀라운 감각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박인순(43·경남 진주시 상대1동)씨와 이동준(58·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조금 멀리서 찍은 게 탁월

‘겁을 상실한 할매들’- 진주에 사시는 박인순님이 이 장면을 찍었고 사진을 본 이용호님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글과 제목을 달아 사진마을에 대신 올렸습니다. 두 분은 지리산 등산클럽회원이라고 합니다.

“저 있다가 다칠낀데”, 오른쪽에 등장한 할아버지의 가상 평이 기막힙니다. 할머니들이 정말 겁도 없으십니다. 이런 재미있는 사진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사진마을’을 운영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독자사진을 고르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기준은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달에 소개하는 ‘생활사진가 고수’ 편에 등장하는 이지훈씨와 인터뷰를 하다가 둘이서 그런 이야길 나눴습니다. 사진을 평하는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이 좋은 사진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깁니다.

그러나 잘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를 써가면서 사진을 평하는 것도 싫을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이란 것이 들쭉날쭉 바뀐다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생활사진가들의 사진과 작가들의 사진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엔 반쯤 동의합니다. 나머지 반은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준다는 점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입니다.

박인순님의 사진은 웃음을 주기 때문에 뽑을 만합니다. 외형적인 면에서 평가하자면 조금 멀리서 찍었다는 것을 칭찬할 수 있습니다. 옆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를 함께 배치했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한 것 같은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할머니들과 왜군, 성 위의 조선군들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처럼 보이게 (^^) 현장성을 높인 것입니다. 박인순님은 이 장면에서 딱 한 장만 눌렀다고 합니다. 놀라운 감각입니다.


먼 쪽-가까운 쪽 모두 담아

‘상징이 만든 가을풍경’-이동준님은 사진마을의 단골손님입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사진을 찍고 있는 분입니다. 물론 그런 이유만으로 이 사진을 뽑은 것은 아닙니다.

‘상징이 만든 가을풍경’은 서정성이 강한 사진입니다. 코스모스와 잠자리는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대상입니다. 우주, 조화, 질서라는 꽃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코스모스는 대단히 왜소한 형태의 꽃입니다. 꽃대가 가냘픈 것에 비하면 꽃잎은 가지런한 편입니다만 하늘하늘 흔들리는 것을 보면 불안하기도 합니다.

잠자리가 앉은 꽃대를 중심으로 더 먼 쪽과 가까운 쪽 모두 구성요소를 담아냈습니다. 역광이었기 때문에 실루엣 중심이 되어서 더욱더 코스모스의 특성과 잘 어울립니다. 색없이 형태만 보이는데 그치지 않고 아래쪽의 꽃잎은 색깔까지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잠자리가 이 사진을 완성했다는데 주목합니다. 마치 기계 체조 선수가 철봉에서 버티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꽃을 붙들고 있는 잠자리는 이제 곧 계절의 끝과 함께 생명을 다 할 것입니다. 이동준님의 덕분에 잠시나마 잔잔한 감상에 잠기면서 가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곽윤섭 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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