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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문 무대 새하얀 춤꾼
세계 무대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춤 양식으로 꼽히는 ‘부토’를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부토 페스티벌>이 오는 25일부터 7월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지에서 열린다.
1990년대 초반 국내에 간헐적으로 소개되어왔던 부토가 이처럼 대규모로 소개된 적은 없다. 전후 일본의 패배·허무주의와 유럽의 표현주의 따위가 한데 엮이며 1960년대 등장한 부토는 대체로 온 몸을 흰색으로 분해 이야기보다 무용수의 힘의 배율과 형식미를 강조한다.
이번 행사는 부토의 흐름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첫 기회다. 부토 무용단 ‘다이라쿠다칸’은 고전 부토를 대표한다. 1982년 아비뇽 페스티벌에 <카인노우마>(사진·‘바다얼룩말’이란 뜻)를 선보이며 부토 세계화의 물꼬를 텄다. 국내 초연이 되는 이 작품은 장엄하고도 그로테스크한 무대연출이 압권이다.
가사이 아키라는 즉흥 부토의 세계를 다진 이다. 63살의 나이로 80분이 넘는 공연을 혼자서 이끈다. 2001년 도쿄에서 초연했던 <화분혁명>은 일본의 가부키에서 미국의 힙합 음악까지 폭넓게 녹아들어있다. 함께 작업하는 부토 조명의 일인자인 아이카와 마사아키(56)는 조명실에서 직접 가사이의 춤을 따라하며 빛을 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세기 부토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일도 가능하다. <나, 거리, 나>는 우에무라 나오카와 가사이 미즈타케가 브레이크 댄스, 발레까지 접목하는 이색 듀오작품이다. 나오카는 발레, 현대무용 전공자이고 미즈타케는 아키라의 아들이다.
부토는 초기 일본에선 비주류 장르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1980년대 아비뇽 페스티벌, 낭시 연극제 등에 소개되며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 반향이 일본 안에서 다양한 계보를 형성하며 거듭 발전하는 동력이 됐고 지금은 아시아 무용으로 유일하게 세계 현대무용사에 기록되고 있다.
부토 페스티벌은 ‘한일 우정의 해 춤 교류전’의 일환이다. 이 기간 양국의 주목받는 젊은 안무가들이 꾸미는 ‘현대무용 페스티벌’도 함께 열린다. 이경은의 <모모와 함께-만화버전>, 모리시타 마키의 <나만의 방> 등이 오른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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